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백화점 10층 물품보관업체에서 박스에 담김 채 발견된 현금 10억원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돈 주인과 출처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나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억이 든 상자 보관을 의뢰한 ‘키 174cm에 30대 초반 남성’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의뢰인이 사용한 대포폰 3대의 실제 명의자 조사를 통해 한 명은 지난해 10월 사망했고 다른 두 명은 50대 노숙인과 일용직 노동자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 중 일용직 노동자가 “젊은 남성으로부터 대포폰 개설을 요청받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문자메세지를 받아 문자로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부천역에서 만나자’는 답변을 들었고, “(자신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남성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대포폰을 넘겨받은 젊은 남성이 의뢰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휴대전화를 개통한 영업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앞서 10억원이 든 상자에서 발견된 지문 4점은 모두 물품보관업체 직원의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의뢰인이 대포폰을 사용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맡기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개인이나 기업이 조성한 비자금 또는 범죄와 관련한 ‘검은 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9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백화점의 물품보관업체에 폭발물로 보이는 상자 2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확인한 결과, 상자에는 모두 헌 돈으로 1만원권 100장씩을 묶고 다시 10개씩 묶어 1천만원의 돈다발 20개(2억원)이 든 상자와, 5만원권 100장씩을 5개씩 묶어 2천500만원의 돈다발 32개(8억원) 등 총 10억원이 들어 있었다.

한편, 주인이 오리무중인 10억원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금을 맡긴 사람과 보관업체의 계약 기간은 오는 8월까지다. 물품보관업체는 계약 기간 이후 30일이 지나도 주인이 연락하지 않으면 임의대로 물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약관을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법에도 1년 동안 ‘유실물’의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발견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정식 계약서를 쓰고 맡아 달라고 요청한 물건이기 때문에 10억원을 ‘유실물’로 처리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를 통해 10억원이 범죄 수익과 관련된 것으로 판명되면 국고로 환수되게 된다.

현금 10억원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부천역 대포톤 개통이 경찰 수사의 단초를 제공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