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는 15일 용산구 다세대주택에서 12년 전에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 이모(62) 씨를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있는 지인의 집에 숨어 있는 이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당시 51세)는 지난 1999년 6월19일 밤 11시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부인 윤모(당시 39세) 씨와 후암동 1층 단칸방으로 이사하는 문제를 두고 심하게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부엌에 있던 흉기로 부인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숨진 부인의 시신을 가로 50cm, 세로 50cm, 높이 1m 크기의 종이 상자에 담아 흰색 비닐로 10겹 이상 둘러싸 밀봉한 뒤 이삿짐인 것처럼 가장해 다음날 용산구 후암동의 집으로 옮겨 보관해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경찰에서 이씨는 시신을 12년간 보관한 이유에 대해 “죽은 부인과 딸에게 미안해서 시신을 영원히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씨의 외동딸(20)이 최근 남자친구와 함께 짐을 정리하던 중 12년 동안 테이프로 밀봉된 채 집에 보관돼 있던 비닐 상자를 열었다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경찰은 이씨가 가정불화 끝에 부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밝힌 뒤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