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이관 문제(폐기 의혹)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참고인 소환을 통보받고 6일 오후 1시47분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은 문재인 의원을 상대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 삭제를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문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NLL(북방한계선)을 확실하게 지켰습니다. 대화록은 멀쩡하게 잘 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국정원에 남겨놓은 국가 비밀 기록을 국정원과 여당이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내용을 왜곡해서 대통령 선거에 악용한 것입니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잡으라는 도둑은 안 잡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에게 너는 잘못이 없느냐라고 따지는 격입니다. 돌아와서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 문 의원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고, 문 의원은 소환 통보를 받은 나흘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문 의원에 대한 검찰조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여서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앞서 임상경·김경수 전 비서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참여정부 관계자 20여명을 소환 조사한 관계로, 문 의원에 대한 조사는 잠정 결론을 내린 수사 결과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절차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이번 회의록 이관에 따른 폐기 의혹 수사의 핵심은 누가, 어떤 이유로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는지와 회의록 수정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경위를 밝히는데 있다.

문 의원은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후에는 회의록 작성과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외에 회의록 삭제와 보관 과정 등과 관련해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는던 관계로 검찰은 문 의원을 상대로 회의록 작성과 이관 과정을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삭제하거나,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는지 등에 관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측은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것과 관련, “문서 제목이 들어 있는 표제부를 삭제한 것”이며 “수정본이 존재하는 만큼 ‘삭제’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회의록 수정본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도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의 개인적인 실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에 기록물 이관작업이 실시되면서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은 작동이 정지돼 정상적인 문서 보고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문서 보고 형식이 아닌 메모 보고 형식으로 수정본 파일을 e지원에 올렸고 이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 참여정부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개인의 실수가 아닌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 보고를 한 뒤에 회의록을 따로 출력해서 이관을 했었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문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회의록 삭제와 누락 과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에 대한 사법처리(형사처벌) 대상자 등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중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의원은 사법처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훼손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