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 반경 300ｍ 이내에 있는 주민들에게 지급하기 조성된 주민지원금 중 일부를 해외여행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공무원 및 전현직 시의원, 대학교수 등 24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불구속 구공판(불구속 기소·5명) 및 구약식 처분(19명·벌금형의 확정이 아니라 이의가 있을 경우 정식 재판을 청구하라는 임시 조치)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부장검사 김태광·담당검사 이상섭·수사과장 허웅)은 15일 부천시 삼정동소각장고 대장동소각장의 ‘폐촉법’ 규정에 의거 반경 300m이내 주변영향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을 위해 조성된 주민지원지금 중 4억2천369만원을 해외여행비로 불법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8명, 관련공무원 9명, 전·현직 시의원 5명, 대학교수(환경전문가) 2명 등 24명에 대해 5명을 불구속 구공판(기소)하고, 나머지 19명은 구약식 처분했다고 밝혔다.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은 문모(49) 과장과 김모(49), 차모(49) 팀장 등 3명이고, 이모(52·여) 삼정동주민협의체 위원장과 이모(46) 전 시의원도 불구속 구소됐다.

구약식 처분(벌금형)된 19명 가운데 현직 시의원은 박모(57)씨 1명이고 전 시의원은 서모(43)·김모(48)·정모(52)씨 등 3명이며, 공무원은 과장(5급 사무관) 3명·팀장(6급 주사) 2명·7급 1명 등 6명이고, 삼정동주민협의체 위원 및 총무 7명(모두 여자), 대장동주민협의체 위원겸 대학 교수인 여모(52)·김모(45·여)씨 등 2명이다.

검찰은 이들이 ‘폐촉법’에 의해 삼정동 및 대장동 쓰레기소각장 주변영향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을 위해 조성된 주민지원기금을 운용하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시의원 포함) 및 관계 공무원들로, 소각장 주변의 직·간접영향권 내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매년 폐기물 처리비용의 100분의 10(10%)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주민지원기금으로 조성하여 소득즈대사업·복리증진사업·육영사업 등을 실시하되 가구별 및 공동사업의 형태로 지원토록 기금의 지원 용도·대상·방법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금을 편성하고 심의·의결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기금의 일부를 불법 유용하여 해외여행비로 사용한 혐의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2년 3월5~ 13일까지 12명이 독일·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3개국 여비로 2천940만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 같은해 4월16~ 24일까지 대장동협의체 위원 등 11명이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여비로 2천981만원을 사용했다.

또 2003년에는 4월2~ 10일까지 15명이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여비로 4천933만원을, 같은해 11월3~ 12일까지 독일·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 여비로 4천950만원을 사용했다.

2004년에는 2월16~ 25일까지 15명이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3개국 여비로 5천250만원, 같은해 10월26일~ 11월2일까지 15명이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3개국 여비로 5천250만원을 사용했다.

2005년에는 5월23일~ 6월1일까지 15명이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싱가포르 등 3개국 여비로 5천190만원, 같은해 6월15~ 24일까지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3개국 여비로 5천250만원을 사용했고, 지난해 6월7~17일까지 대장동협의체 위원 등 15명이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2개국 여비 5천625만원을 사용했다.

2개 소각장 주민협의체에서 소속 위원 및 관련부서 공무원 등고 함께 지난 2002년부터 5년동안 9차례에 걸쳐 총 128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4억2천369만여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지자체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여행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2~ 2005년까지 부천시의회 건설교통위위원회 소속 일부 시의원들과 청소사업소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무원들 대부분이 근무기간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 여행경비 지출내역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약식 처분(벌금형)’한 19명에 대해 해외여행을 1회 간 경우에는 벌금 200만원, 2회 간 경우 벌금 300만원, 3회 벌금 400만원, 4회 벌금 5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에 대해 해당 당사자들이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게 된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폐촉법 규정에 의거 주민지원기금을 받을 수 있고, 주민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불가피하게 해외여행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경우는 죄질로 보면 약하다는 점에서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면서 “그러나 공무원들의 경우는 법상 해외여행을 갈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시장 결재를 받아 갔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그렇게 가고 있는데 머가 문제가 되느냐는 식으로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이 없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소각장 주민협의체 주민지원금 어떻게 쓰여지나

지난 95년 1월 시행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에는 주민지원협의체의 주민대표 자격요건은 ‘폐기물처리시설의 주변영향지역이나 매립장 부지 경계선 2㎞이내, 소각장 부지경계선 300m 이내 주민 대표’로 규정, 해당지역 시의원과 주민대표, 주민대표가 추천한 전문가 2명으로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또 ‘폐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지원사업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실 보상이나 계약 등의 법률관계에 의하여 발생하는 사법상의 의무가 아닌, 폐기물처리시설의 부지 확보 및 설치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법이 특별히 인정하는 제도로, 환경부장관의 고시에서 간접영향권 지역(반경 300m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종래 공동사업의 형태로 지원돼 오던 주민지원금을 가구별 지원금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또한 주민지원사업의 종류 중 기타사업에서 ‘복리증진’은 지역주민의 행복과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을 의미하며, 지원사업의 종류에 체육대회 지원 및 문화사업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게 환경부의 유권해석이다.

▲삼정동소각장 주민협의체= 주민대표 6명, 시의원 1명, 전문가 2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부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11월21일~ 12월21일)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조성된 주민지원기금은 2005년 14억2천239만원(전년도 이월액 10억4천763만원, 출연금 3억3천229만원, 이자수입 4천247만원)으로 이 가운데 지출액은 5억9천420만원(운영비 4천728만원, 사업비 5억5천692만원)으로 8억2천818만원을 남겼다.

2006년 10월말 현재 주민지원기금은 13억2천425만원(전년도 이월액 8억2천818만원, 출연금 4억5천463만원, 이자수입 4천143만원)으로 이 가운데 지출액은 5천만원(운영비 4천만원, 사업비 1천만원)으로 기금잔액이 12억7천425만원이 남아 있다.

삼정동소각장의 경우 지원가구는 1천44세대로 매년 3억~4억원 정도 조성되는 기금으로 2년에 한차례씩 가구당 35만~ 50만원 상당의 난방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주민지원사업으로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해봤자 2년간 조성되는 기금 6억~ 8억원 가운데 2억6천여만~ 5억2천여만원에 불과해 적게는 1억여원, 많게는 5억여원이 남는 셈이다.

▲삼정동소각장 주민협의체= 주민대표 2명, 시의원 2명, 전문가 2명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부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11월21일~12월21일)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조성된 주민지원기금은 2005년 17억6천426만원(전년도 이월액 12억5천653만원, 출연금 4억5천379만원, 이자수입 5천393만원)으로 이 가운데 지출액은 1억3천52만원(운영비 3천18만원, 사업비 1억33만원)으로 16억3천374만원을 남겼다.

2006년 10월말 현재 주민지원기금은 18억2천433만원(전년도 이월액 16억3천374만원, 출연금 1억2천955만원, 이자수입 6천104만원)으로 이 가운데 지출액은 1억5천66만원(운영비 3처502만원, 사업비 1억1천564만원)으로 기금잔액이 16억7천367만원이 남아 있다.

대장동소각장의 경우 지원가구는 단 2세대에 불과해 매년 1천500만~ 3천만원의 학자금 지원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마다 4억원 이상씩 조성되는 주민지원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더 큰 고민이 빠져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삼정동소각장과 대장동소각장의 주민협의체에서 조성되는 주민지원기금은 주민지원사업을 제외하고 남은 기금에 대해 마땅히 지원할 사업을 찾지 못해 매년 누적된 기금이 10억~ 16억씩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주민지원기금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주민지원사업 외에 기금이 남아돌면서 주민협의체 위원들이 선진지 견학 명목으로 관계공무원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나가는 것이 일례행사(관행)처럼 굳어져온 셈이다.

이번에 검찰에 기소된 차모(49) 공무원(6급)은 소각장 관련업무를 장기간 맡으면서 무려 6차례나 해외여행을 갔고, 환경전문가 자격으로 협의체 위원에 포함된 여모(52), 김모(45.여) 교수와 삼정동주민협의체 이모(52.여) 위원장은 각각 4차례씩, 삼정동주민협의체 위원 중 6명은 2~3차례씩 해외여행을 각각 다녀온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03년 이후 부천시의회 건설교통위의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일부 시의원들이 매년 주민협의체의 기금운영으로 몇몇 사람들만 중복 해외여행을 가고, 지원 대상이 아닌 인근 지역주민들까지 해외여행에 포함시키면서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감사의 필요성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도 왔다.

그러나 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는 동료 시의원이 포함돼 있는데다, 상위법인 ‘폐촉법’에 협의체 자체 감사만 허용하고 있는 관계로 주민지원기금에 대한 부천시나 시의회에서는 감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한 채 일과성 문제제기로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지원기금을 좌지우지하는 주민협의체에서 매년 반복되는 지원대상 주민들에 대한 지원사업 외에 남아도는 기금으로 협의회 운영 및 청소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지역주민과 협의체 위원, 더 나아가 관련부서 공무원 및 시의원, 사회단체장, 통장, 반장, 협의체 위원으로 참여한 시의원이 개인적 친분으로 추천한 지역주민 등을 해외여행에 포함시키면서 여행 인원 및 지출 경비가 늘어나는 등 방만한 기금 운영의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소각장 등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폐기물처리시설의 부지 확보 및 설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폐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지원사업을 위한 기금 조성 자체에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시민 혈세만 낭비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기금운영 활용계획 및 감사 등에 대한 관련 법 규정을 뜯어 고치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 돼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