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四生(사생)의 어진 어버이시고, 三界(삼계)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衆生(중생)을 濟度(제도)하시기 위해 無明(무명)으로 輪廻(윤회)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이곳 사바세계에 오신 날입니다.

이 기쁘고 기쁜 날, 온 산과 온 들은 화사한 꽃과 초록빛 초목으로 눈부시게 장엄하였고 움직이는 뭇 생명들은 저마다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마음에 먹장구름이 끼어서 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예경마저 숨죽여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청천벽력같은 세월호의 참변 소식이 그 연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좋은 일, 기쁜 일을 부처님께 회향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처님을 아프게 한 대죄를 참회하며 부처님 오신날을 맞습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生과 死가 모두 영원한 것이 아니어서 이별이 있고 슬픔과 아픔과 기쁨 또한 영원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슬픔도 아픔도 기쁨마저도 모두 집착이 만든 허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하니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도 집착이요, 만났으면 헤어진다는 이치를 애써 잊으려 하는 것도 집착이며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리는 것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도 역시 집착입니다.

그러나 어찌 人之常情(인지상정)이 그런 집착을 쉽게 떨칠 수 있겠습니까?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이 사바사계에서는 당연한 이치입니다.
슬퍼하고 아파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잘못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여러 번 육체적 아픔을 호소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 예로 부처님께서 녹야원에 머무실 때 돌멩이에 차여 발에 상처를 입으시고는 “따갑고 쓰라려서 몹시 고통스럽고 매우 언짢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도 이별을 아파하시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셨습니다.

지혜제일의 제자인 사리불존자와 신통제일의 목련존자가 부처님보다 먼저 이승을 떠난 후에 부처님께서 어느날 법회를 하시며 “사리불과 목련이 이승을 떠난 후로 법회가 텅 빈 것같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당신에게 더할 수 없는 아픔을 준 자를 용서하시고 감화시키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미 쇠한 노구를 이끄시고 열반처로 향하시던 중에 대장장이 ‘춘다’가 올린 공양을 드시고 그만 배탈이 나셔서 몸져눕게 되신 일이 있습니다.

제자들은 물론이고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든 대중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춘다가 사람들로부터 부처님을 해하려 했다는 비난과 악담을 듣고 수행을 멈출 것을 염려하시어 춘다를 불러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너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은 큰 복을 짓는 것이지만 부처를 이룬 후 최초로 음식을 공양하는 것과 마지막으로 음식을 공양하는 것이 그중에서도 가장 복된 공양이니라. 너의 공양은 부처를 위한 마지막 훌륭한 공양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자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몹시 슬프고 아픕니다.

그런데 마음이 찢어지는 그 슬픔과 아픔이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슬픔과 아픔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슬픔과 아픔은 떠난 이에게 결코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은 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자기 변명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남은 이들의 몫은, 떠난 이들, 그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천만근의 철 몽둥이가 내리치는 경책으로 삼아 떠난 이의 몫까지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천도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남은 우리가 더 열심히 살아서 그래서 보살행이 된다면 떠난 이의 희생이, 그 경책이 보살행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부처는 한 대의 화살만을 맞고 더 이상의 화상을 맞지 않는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들은 한 대의 화살을 맞고, 두 대의 화살을 맞고 무수한 화살을 맞게 되느니라.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면,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누군가가 괴로움을 주었을 때 괴로움인 줄을 알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느니라. 이것이 화살 하나만을 맞고 두 대의 화살은 맞지 않는 이치이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들은 누군가가 자기에게 괴로움을 주었을 때 스스로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폭력을 통해 갖가지 업을 짓는다. 이것이 한 대의 화살을 맞고 두 대의 화살을 맞고, 무수한 화살을 맞는 것이니라.”

오늘 부처님 오신날!
지혜를 구족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깨우쳐서 우리 모두가 마음에서 먹장구름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