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해 3년 전부터 세상 구경 삼아 국토종단을 하기로 마음 먹고 있던 차에 때마침 일본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독도 사랑’을 알릴 겸 해서 시작했는데… 신문에 너무 크게 보도된 것같아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22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땅끝 전망대를 출발, 판문점까지 2천리길의 국토 종단에 나섰다는 소식이 <연합뉴스- 전남 해남>에서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천에 사는 한영자씨(61·여)는 24일 오후 9시40분께 <더 부천>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에 사는 한영자씨는 홀홀단신으로 한달 남짓 여정으로 국토종주에 나서 해남을 출발, 강진~ 영암~ 나주~ 광주~ 담양~ 순창~ 임실~ 무주~ 제천~ 평창~ 속초를 거쳐 판문점까지 2천리길을 걸을 계획이다.

한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8)를 어릴 적부터 키워오다가 시간적 여유가 생겨 걸으면서 세상 구경도 하고 때마침 일본사람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도보행진을 하면서 ‘독도사랑’을 널리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산사랑 이야기’ 산악회 회원으로 할동하면서 구동안 꾸준히 산행을 해온 한씨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 무리를 하지 않고 걸으면 판문점까지 거뜬히 갈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땅끝 마을을 출발한 지 사흘째인 한씨는 “식사할 장소와 잠을 잘 곳을 찾는 것이 마땅찮은 게 가장 큰 고민거리이지만 하루 한끼만 먹는 탓에 당초 하루 5만원 정도 예상했던 비용도 훨씬 덜지 않는다”고 전했다.

2천리길을 두발에만 의존한 채 도보행진에 나선 한씨의 하루 여정은 6년간 전세계 65개국 오지를 누비며 도보 여행해 ‘바람의 딸’로 유명한 한비야씨(47·한비야씨도 한때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 살았다)가 지난 1999년 3월2일 전남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49일동안 1천km를 종단하면서 느낀 여행기록을 담은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이란 책을 보고 하루 도보행진의 일정을 맞추며 걷고 있다.

한씨는 “새벽 5시40분에 기상,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오전 8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다”며 “딸래미가 엄마의 국토종단을 기록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로 개설해 엄마의 홀로 여행 기록을 꼼꼼히 챙겨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씨가 말하는 딸래미는 이지현씨(33)로 엄마의 국토종단 여행기록을 싸이월드에 ‘내 작은 세상’이란 미니홈피(www.cyworld.com/missmountainㆍ바로 가기 클릭)를 지난 19일 개설해 매일 엄마를 대신해 여행기를 적어 올리고 있다.

지현 씨는 미니홈피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국토 종주는 엄마의 오랜 소망이었다”며 “전업주부인 엄마가 거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남편과 자식에 헌신하느라 자신을 잊고 살았던 굴레에서 벗어나 일탈과 함께 어딘가 숨겨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모든 속박을 잠시 떨치고 걸음 걸음 걸으며 찾아보기 위해 나선 여행”이라고 소개했다.

지현씨는 “마침 독도때문에 온 나라의 신경이 곤두 서 있던 터라 이왕 국토순례의 길에 나선 김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국토인 ‘독도 사랑’도 함께 배낭에 짊어지고 걸어보겠다고 결심한 것이며,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조용히 독도사랑을 하는 것”이라며 “엄마의 소중하고 소박한 꿈을 찾는 멋진 여행이 되시고, 엄마 나름대로 독도사랑도 맘껏 하세요”라고 격려했다.

지현씨는 <더 부천>과의 통화에서 “엄마가 마치 독도 때문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선 것처럼 비춰지는데 조용히 독도 사랑을 알리고 엄마만의 편안한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24일은 마침 환갑을 맞는 생일이어서 미역국을 챙겨 드셨다고는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래도 엄마가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독도 사랑 국토종주, 해남 땅끝마을~ 통일전망대, 엄마 화이팅 막내 딸래미’이라고 새겨 2천리길을 오로지 두발에 의존해 한달여간 걷게 되는 한영자씨는 국토종주 사흘째 밤을 월출산을 넘기 전인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의 한 민박집에서 묵고 있다.

≡인터뷰 후기≡ 전남 해남에서 국토종주에 나선 한영자씨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한영자씨의 국토종주 소식을 보도한 <연합뉴스> 조근영 기자님과 연락이 닿은 시간은 24일 오후 9시10분이었다. 이미 퇴근한 뒤여서 취재수첩을 사무실에 놓고와서 내일(25일) 아침에 연락을 주고받기로 하고 연락처를 남겨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5분 후쯤 조 기자님께서 연락이 왔고 수소문을 한 끝에 한영자씨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배려 덕분에 어렵사리 한영자씨와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한영자씨 역시 국토중단 사흘째를 맞아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휴식을 취할 시간인데도 반갑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그리고 한영자씨의 따님 이지현씨도 앞으로 <더 부천>에서 엄마의 국토종주 소식을 수시로 전하는데 취재 협조를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세분 모두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