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중생들에게 자비와 지혜의 광명이 밝혀진 부처님 오신날을 찬탄과 환희심으로 봉축합니다.

그리고 거룩하신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광명이 뭇 중생의 무지몽매를 일깨워서 온누리에 평화와 행복이 만발하기를 축원합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불기 2559년을 맞는 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날을 맞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지만 소납으로서는 올해, 유난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바세계가 고뇌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벌써 여러 해 동안 참으로 많은 허물들이 산문 밖은 물론이고 산문 안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기저기에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소납의 마음은 지옥이 됩니다.

그렇다보니 요즘에는 ‘어김없다’라는 말에 참으로 깊은 뜻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우주의 모든 것이 인연법에 따라 생멸한다고 설파하셨습니다.

인연법이 무엇입니까?
원인이 있으면 어김없이 결과가 따르고, 결과에는 어김없이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인연법입니다.

그래서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리 고생을 하더라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고 죄를 짓고 사는 사람은 억만금이 있더라도 늘 불안과 괴로움 속에 사는 것입니다.

요즈음 산문 안팎을 불문하고 어김이 없는 인연법을 망각하며 사는 이들이 적지 않고, 특히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그 정도가 더욱 심한 듯해서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안 대한불교 조계종의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 조계종은 2009년에 자승 총무원장이 당선된 이후, 유난스럽게도 스님들의 파렴치한 범계행위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위신이 그만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2012년 부처님 오신날 직전에 스님들의 도박사건이 터지고 나서 자승 총무원장은 반드시 자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단호하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 큰소리는 얼마 못가서 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승 총무원장 본인이 종단의 중진스님들과 상습적으로 거액 도박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고, 총무원장과 가까운 스님들이 절 땅을 몰래 팔아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에 나가 도박을 했다고 세속의 법원에서 질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일 자승 원장의 가까이에 있는 승려들이 음주운전과 성범죄, 폭행 등으로 사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계종 종립학교인 동국대에서 새로 총장으로 선출된 스님과 이 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는데 앞장선 일부 이사 스님들이 도덕적으로 심각한 허물이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가관인 것은 동국대 신임 총장 스님과 일부 이사 스님들의 도덕적 허물을 보도한 언론기사를 보면, 그 내용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 넘는데다가 사회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심각한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바른 도리를 가르쳐야 할 교수가 수차례나 남의 논문을 표절하는가 하면, 주지를 하면서 자기 절의 탱화를 훔치기도 하고, 부인네와 사통하여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것도 모자라서 몰래 살림을 차리고, 모텔을 소유하여 직접 운영하면서 지하층은 룸살롱에 세를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조계종의 민낯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서 그저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부끄러운 일들이 낱낱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참회하거나 책임을 지는 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오늘날 자승 총무원장 하의 조계종의 모습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 스님 중에서 한 분은 최근까지 사회로 보면 대법원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재심호계원장을 역임했고, 다른 한 분은 현재도 대법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재심호계위원을 맡고 있으며, 또 다른 한 분은 벌써 5년째 자승 총무원장의 사서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온갖 잘못에도 자승 총무원장이 이끄는 종단 집행부는 자기들과 가까운 스님들의 범계행위에 대해서는 모르쇠 하며 눈을 감거나 마지 못해 징계를 하더라도 솜방망이 징계만 내리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청정한 종단을 위해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종단의 부패와 비리를 지적하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적반하장식으로 승적을 박탈하고 절에서 내쫓는 멸빈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2015년 올해는 1994년 조계종의 개혁을 이룬지 21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94년 개혁불사 당시 소납은 이렇게 가다가는 조계종이 망하겠다는 생각에 위법망구의 마음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앞장을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분들이 온몸을 던져 이룬 종단개혁이 성공하기는 커녕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 된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자니 솔직히 마음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요즘, 많은 스님들이 산문 밖을 나서기가 창피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종단 안팎에서는 ‘조계종은 망했다’ ‘조계종은 죽었다’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전에도 조계종에 여러 문제들이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엉망진창이 된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계청정을 목숨으로 여기는 조계종이 왜 이 지경까지 되었겠습니까?
답은 간단합니다.

수행은 아예 내팽개치고 부처님을 팔아 사욕을 채우는 소수의 권승들과 그 권승들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스님들이 한패가 되어서 종단을 쥐락펴락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1년 중 제일 기쁜 날인 부처님 오신날에 소납이 이렇게 우리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숨기고 감춘다고 지은 죄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드러내야 병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지은 죄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금세 짜낸 젖이 상하지 않듯,
재에 덮인 불씨가 꺼지지 않듯,
지은 업이 당장엔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늘에 숨어서 그를 따라다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납은 우리 조계종의 종풍을 바로잡고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루는 길은 딱 한 길,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회가 필요합니다.
예로부터 불교에 자자와 포살을 행해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참회를 하기 위해서는 허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허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참회는 헛것일 뿐입니다.

물론 상대의 허물만을 탓하고 그것이 다 자신의 허물과 업에 관련되어 있음을 보지 못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허물을 고쳐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조계종을 보면 허물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참회는 커녕 허물을 만든 주역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급기야 허물을 걱정하는 이들을 적으로 삼아 핍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처님의 법은 여전하겠으나 우리 조계종은 구멍 난 배가 가라앉듯 침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소납은 부처님 법대로 사는 사부대중이 많아진다면 ‘가사입은 도둑’이 되어 부처님을 팔아 사욕을 채우는 자들과 이들에 빌붙어 사는 자들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지은 과보에 따라 그리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김이 없는 부처님의 인연법이란 바로 그런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낸 또 한 가지 이유입니다.

오늘은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우리 불자들에게 기쁘기 한량없는 날입니다. 이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지난 1년간 쌓아온 수행공덕을 부처님께 회향하고 새로운 1년도 열심히 수행공덕을 쌓겠다고 부처님께 서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래 몇 년간의 부처님 오신날은 이런 점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그동안 사회에 대한 걱정과 충고를 담은 그럴싸한 봉축사들이 참으로 많이 발표해 왔습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은 봉축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단의 부패와 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다보니 ‘너나 잘하라’는 빈축이 적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얼마 전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열렸습니다.
조계종에서 마련한 행사 중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큰 법회였습니다.
그러나 이 법회를 두고 말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간화선은 우리 조계종의 대표적 수행법이지만 불교의 원형이 살아있는 남방의 나라들에서는 거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빠사나 등을 수행법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 오신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우리의 간화선이 최고의 수행법이라고 강변한다면, 초청한 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행사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위빠사나는 초기불교의 수행법으로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느낌, 감각, 생각 등을 관찰하여 현상, 인과, 일어나고 사라지는 원리를 깨닫는 것이고, 간화선은 ‘이 뭣고’ ‘이게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인 화두를 들고 화두 해결에 집중하는 수행법으로 중국 송나라의 대혜 종고 선사께서 정립하셨습니다.

이처럼 위빠사나와 간화선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같으나 방법적인 면에서는 다름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내 것이 최고다, 그것도 다른 견해를 가진 손님들을 초청해 놓고 내 것이 최고다 했으니 참으로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차대회의 본래 뜻은 일체 평등으로 재물보시와 법보시를 하는 대법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무차대회에서는 일체 평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간화선에 대한 큰스님의 설법과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교세를 자랑한 행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무차대회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라는 거창한 부제를 단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세계평화를 위해 불교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는 없고 한국의 간화선과 특정 스님만을 자화자찬하는 말만 무성했습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승 총무원장이 발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을 보면, 네팔 지진 피해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네팔 국민들은 지혜와 용기를 잃지 마시라, 세월호 사건을 되새겨 국가가 모든 피해자 구제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남북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방법으로 부처님 법인 불이의 연기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남북한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남북한 주민들이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한국불교는 민족동질성 회복사업과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적인 행사라면서 남들이 다 아는,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천주교 교황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재개되어야 함을 강조했는데, 남북분단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한국의 조계종은 기껏 교과서에 나오는 통일의 원칙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으니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한 천주교는 지난 3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미사를 전국에서 열고 수시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신도수가 가장 많다고 자부하는 불교의 장자종단 조계종은 국가가 모든 피해자 구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상식에 지나지 않는 얘기를 조언이랍시고 했습니다. 이 또한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얕은 지 드러내고 만 것으로 대단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마디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는 희망도 감동도 주지 못한 허울뿐인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소납은 내년 부처님 오신날은 반드시 사부대중 모두가 그야말로 환희심을 갖고 회향과 서원을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입니다.

그리고 그 분골쇄신은, 우리 석왕사가 수행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바른불교 실천불교’의 방법, 바꾸어 얘기하자면 그야말로 철저히 불교적인 방법으로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우리 조계종의 부끄러운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낸 또 한 가지 이유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지금 우리 조계종은 부처님의 가르침엔 귀를 막은 채 부처님을 팔아 사욕을 채우는 자들이 종단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1,700년을 이어오며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던 한국불교가 그만 진창에 빠져 진흙범벅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네 자신이 바로 부처이니 주인공이 돼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설파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불교는 수많은 외침과 조선시대의 숭유 억불, 일제하의 왜색 강요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소납은 우리 조계종의 종풍을 바로잡고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루는 길은 딱한 길,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오늘 부처님 오신날, 이 법요식이 나부터 부처님 법대로 살겠다는 서원을 세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 석왕사에서는 불이(不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 법을 실천하기 위해서 특별히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이라는 그림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 선생은 기독교 집안에 자란 독실한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조영남 선생은 화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미술계에서는 괴짜화가로 통하고 기독교에서는 기독교의 아픈 곳을 곧잘 건드려서 목사님들이 그리 좋아하는 분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조영남 선생이 이번에는 불교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들을 석왕사 천상법당에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어떤 분들에게는 매우 낯선 경험이 될 것입니다만 소납은 이러한 낯설음을 훌쩍 뛰어 넘어야만이 이것과 저것이 다르지 않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우리의 속 좁은 오해와 편견 때문에 아직도 낯설음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돕고자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사부대중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낯설음이라는 울타리가 와르르 허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
석왕사 주지 영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