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오정경찰서는 가스 검침을 가장해 멀쩡한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속여 153명으로부터 수리비로 7천2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로 안산시 소재 보일러 수리업체 대표 A(36)씨를 비롯해 B(33)씨, 수리책임자 C(30)씨, D(31)씨, E(34)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F(40ㆍ여)씨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3년 4월28일부터 올해 4월9일까지 2년간 서울, 인천, 부천, 안산 등 주로 노후 빌라 등이 밀집한 지역의 세대를 방문해 도시가스 직원을 사칭하고 정기 가스검침을 나온 것처럼 가장해 수리비를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첫 방문시에는 여성인 F씨를 혼자 방문토록 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문을 열어주도록 했고, 도시가스 직원이 착용하는 것과 유사한 디자인의 작업복 및 사원증을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70~80세의 노인, 장애인, 방문 당시 홀로 집에 있었던 부녀자 등으로, 가스 검침원이라는 말을 믿고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보일러가 멈추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는 말에 속아 피해를 입었다.

A씨 등은 보일러의 밸브를 살짝 돌려 물이 새게 한 후 이를 손에 묻히고 피해자에게 보여주거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 등에게는 그런 과정조차 없이 물이 새고 있는 것이라고 속였으며, 세입자가 거주하는 경우 장거리에 있는 집주인이 고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과다한 수리비를 청구해 받아내기도 했다.

특히 피해자들 가운데는 노부부의 1년치 생활비, 파지를 수집해 모은 현금, 장애인인 아들과의 생활비 등을 빼앗긴 것으로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범행은 10여년 전부터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6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고질적으로 민생을 침해해왔으나 혐의 입증이 어려워 그동안 처벌 사례는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53명의 피해자 외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3천200여명의 고객 명단과 11억원 상당의 수리비 내역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