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구속했다.

특검팀이 지난 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에 첫 구속 사례가 나온 셈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의결을 지시한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오전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피의자로 입건했고, 28일 오전 1시45분쯤 문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구금시간(48시간)을 10시간 이상 남겨둔 29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2시10분쯤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로 영장을 발부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에게 찬성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검팀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과 관련해 배임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문 전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지시가 없었다”고 말한 부분은 위증에 해당된다고 보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옛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으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도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을 42.2%, 삼성물산 지분을 1.4% 갖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 일가는 흡수합병 계약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구도를 선점했으며, 이후 삼성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후원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문 전 장관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을 향한 특검팀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