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을 받은 후 경련을 일으키다 사망한 환자를 방치했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지난해 1월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마취의사 이모(62ㆍ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술을 받는 환자가 경련을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2시간 가까이 약물치료만 계속한 채 환자에게 신속한 기관내 삽관 및 전신마취 조치를 늦어지게끔 해 담당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실 있는 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마취의)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고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의해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며,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같은법 제90조에 의해 처벌받도록 돼 있다”며 “부천D병원이 제출한 마취기록지, 회복실 기록지, 진료기록부(경과기록지, 의사 지시, 수술기록지), 투약기롟지, 수술동의서, 간호기록지, 활력증상기록지 등 의무기록은 간호사에 의해 일괄적으로 작성돼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만큼 의료행위 사항과 소견이 상세하고 성실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어 이 사건 의무기록 부실 작성 행위를 피고인의 의료행위 과실 판단에 참작해야 할 것”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투여한 마취제의 양이나 마취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마취제인 테트라케인의 부작용으로 초래된 것으로 추정되나 심한 경련중첩증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물고, 부작용을 미리 예견하기 어려운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환잔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묻는 것은 가혹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6월22일 당시 육군 부사관이던 김모(당시 23세) 씨가 휴가중에 부천D병원에서 치질 수술을 받은 뒤 2시간 동안 경련을 일으키다 중증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숨졌다.

이에 김씨 유족은 수술시 마취를 담당한 이씨와 집도의 김모(44)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이들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각각 금고 8월과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항소심에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마취의사 이씨는 상고를 포기하고 오는 8월1일 당시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 김씨와 함께 대전 현충원에 있는 김씨의 묘역을 참배하기로 했다고 김씨의 유족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