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의1-1구역 주택재개발 관련 주민총회가 주민들간에 고성과 몸싸움 등으로 얼룩진 채 결국 무산된 것은 추진위측이 주민들에게 재개발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해 및 협조를 구하지 않은 채 추진위에서 활동하는 추진위원들 위주로 대다수 주민들이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것만 과신(過信)한 채 법적 절차를 편법 및 무시한 채 여론몰이식으로 숫적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강행하려다가 이미 재건축을 통해 사업추진 과정을 알고 있는 비대위측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제대로 대꾸조차 하지 못한 채 일격을 맞고 말았다.
비대위측 주민들은 이날 주민총회에 앞서 총회 참석 주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정비업체 선정을) 공개입찰해야 하는대 이미 T정비업체를 지명 입찰로 결정해 놓고 총회는 주민의 눈을 가리고 진행하는 형식적인 총회”라고 추진위측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비대위측은 "재개발은 추진위 승인(이미 확정)~ 구역 지정(2008년 1월 이후 가능)~ 조합 설립(구역지정 확정 후 추진위 해산)의 순서로 진행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T정비업체에서 OS 요원(아웃소싱·OutSourcing의 약자로 특정 건설사 홍보를 맡은 업체에 고용돼 해당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조합원을 상대하면서 로비하는 역할를 아줌마 부대)을 투입해 조합 설립용 및 정관용, 조합 사업계획용 인감을 징구하러 다니고 있다”면서 “조합설립 동의서(인감)는 구역지정 이후에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절차상의 잘못된 점을 꼬집었다.
비대위측은 특히 “인감을 선물(도자기 세트)와 교환할 수 있느냐”며 “주민을 물로 보고 매우 위험하고 무서운 형태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추진위측에 경고하며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호소했다.
비대위측이 주장한 추진위에서 주민들에게 인감을 받으면서 도자기 세트를 돌린 것은 이날 주민 총호에 참석한 주민들에 의해서도 확인돼 도자기 세트를 누가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주민들에게 돌렸는지를 놓고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측이 주민들에게 나눠준 ‘회의자료’ 책자에는 ‘추진경과보고’에 지난해 9월18일 ‘부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결정고시’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2005년 6월 (가칭)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 이후, 같은해 9월과 10월, 11월에 몇몇 정비업체들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같은해 12월12일 추진위가 T업체를 정비업체로 선정하고 T업체에서 주민 동의서를 징구해 66%를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천시로부터 춘의1-1구역 추진위원회가 승인이 난 것은 지난해 12월26일이어서 이미 1년 전에 정비업체를 선정해 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결국 비대위측이 이날 주민총회에서 주장한 대로 “추진위측은 T업체를 정비업체로 이미 선정해놓은 상태에서 총회에서 주민투표를 거쳐 선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또 있다.
추진위측은 지난 2월15일 모중앙일간지(석간신문)에 정비사업 관련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면서 현장설명회를 다음날인 2월16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 동안 추진위 사무실을 방문할 경우 자료배부로 대체한다고 못박고 있다. 결국 정비업체 선정을 24시간이 채 못되는 시간에 단 2시간 동안에 걸쳐 접수받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추진위측을 지지하던 주민들도 이같은 사실을 이날 주민총회에서 나눠진 ‘회의자료’(33쪽)를 보고 확인한 뒤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며 실소(失笑)를 머금었다.
이처럼 특정업체만 참여할 수 있고 다른 업체들은 참여할 수 없도록 일사천리, 속전속결식으로 형식상의 법적 절차만 밟으면 된다는 식의 입찰공고에 대한 법적 문제도 한번쯤 따져보아야 할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총회가 장시간 지연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이 자리를 이미 뜬 채 끝까지 자리를 지켜던 주민들도 총회가 무산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시청 대강당을 빠져나오면서 “그동안 추진위측에서 재개발사업을 방해하려는 반대파라고만 몰아세웠는데 오늘 참석해 보니깐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같다”며 “비대위측에서 주장하는 정비업체를 공개입찰을 통해 주민투표로 선정하는 것이 맞다”고 한마디씩을 던지며 집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춘의1-1구역 주택재개발 관련 주민총회의 무산은 주택재개발사업이 주민들에게 추진과정을 허물없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의견이 상충될 경우에는 인내를 갖고 협의를 통해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내고, 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은 새삼 일깨워준 것이라 하겠다.
사유재산이 걸려있는 주민들은 더이상 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