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가 ‘또’ 예고된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부천시의회(의장 김관수)는 24일 오전 10시 제173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고 2011년도 일반ㆍ특별회계 세입ㆍ세출 제2회 추경예산안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중기 기본인력 운용계획 보고, 시정 질문 등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개회조차 하지 못한 채 이날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유회(流會)’ 됐다. (*유회(流會): 성원 미달이나 그밖의 이유로 회의가 성립되지 못한 것을 뜻함.)

제173회 임시회가 첫날부터 ‘유회(流會)’된 것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 8명이 발의한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2명이 강력 반발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날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의장실을 방문해 김관수 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관련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김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사실상 의장실을 점거하면서 임시회 개회가 이루어지 않아 향후 의사일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야 시의원들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은 민주당 4명, 한나라당 3명, 민주노동당 1명, 국민참여당 1명 등으로 구성된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윤병국)에서 다뤄져 표결 끝에 찬성 5표로 가결돼 이날 임시회 첫날 본회의장에 상정돼 처리되는 안건이다.

이 개정 조례안의 주요 골자는 ‘▲상임위원회 위원은 의회운영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의 위원을 겸할 수 있으며(현행,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은 겸할 수 있으며, 의회운영위원장을 제외한 각 상임위원장은 의회운영위원회의위원을 겸할 수 없다) ▲상임위원 및 특별위원회 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의 비율에 의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추천해 본회의에서 의결해 선임 또는 개선한다. 이 경우 상임위원에 한하여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의 집회일에, 총선거 후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만료일 2일전 까지 의장에게 위원의 추천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간 내에 요청이 없는 때에는 의장이 위원을 본회의에 추천할 수 있다(현행, 상임위원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과 의장의 추천으로 본회의 의결로 선임한다)’로 하는 내용이다.

이 조례안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윤병국 의회운영위원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의정 일기’를 통해 “아주 불편한 안건을 하나 가결시켰다”고 마뜩찮은 입장을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핵심 내용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에 관한 것으로, 현행은 3개 상임위원회 별로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지만, 개정안은 교섭단체별 의석 비율로 추천해 구성하는 것”이라며 개정 조례안의 문제점과 민주당의 의도를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예결특위를 구성하는 현재의 방법은 상임위원회 별로 위원장을 제외한 의원들이 순번대로 3명씩 참가하고, 순번에 정당이 고려되지 않는 관계로 어떤 경우에는 소수당이 예결특위에서 다수를 점하는 경우도 있게 돼 민주당이 소수였던 5대 의회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고, 6대 의회에서도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한 경우도 있었다”며 그동안의 예결특위 구성 및 운영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점이 못마땅했던 것같고, 더구나 현재의 순번대로 예결특위를 구성할 경우 2012년 본예산을 다루게 될 예결특위는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조례 개정이라는 꾀를 냈나 보다”고 민주당의 의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실제, 제6대 부천시의회 출범 당시 정당별 의석 분포는 민주당 14석, 한나라당 12석, 진보개혁연대 3석(민주노동당 2석, 국민참여당 1석) 이었으나, 민주당의 2석이 결원돼 오는 10월26일 실시되는 재보궐에서 충원될 예정이어서 현재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나란히 각 12석, 진보개혁연대 3석인 상태다.

윤병국 의회운영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8명(대표발의 김정기 의원, 윤근ㆍ강병일ㆍ한선재ㆍ강동구ㆍ이진연ㆍ김문호ㆍ나득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과 관련, “개정 조례안대로 하면 예결특위 구성은 항상 민주당 4명, 한나라당 4명, 진보개혁연대 1명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소위 야권 공조를 고려하면 민주당이 항상 다수를 점할 수 있다는 간단한 산수”라고 민주당의 속내를 정면을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사전에 개정조례안에 대해 의논이 있었지만 내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운영위원회에 상정하지 못하겠다고 버티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조례(정당을 고려치 않고 각 상임위별 순번대로 3명씩 참가해 예결특위 구성)가 원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며 “예산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하기 때문에 각 상임위원회에서 3명씩 참가하여 예결특위를 구성하면 부분과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 의석수대로 예결특위를 구성한다면 오직 정치 논리로 예산안을 다루는 의미가 강해지며, (상임위에서의) 예비심사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정안을 낸 의원들은 다수당이 책임지고 일하라고 다수 의석을 만들어 준 것이 시민들의 뜻이기 때문에 예결특위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예산안을 날치기했을 때 분노했던 그 야당의 당적을 가진 시의원들이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선거 결과 하나로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다면 수고스럽게 회의를 할 필요도 없겠다”고 덧붙였다.
윤병국 의회운영위원장은 “이런 얕은 꾀가 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의회운영위원회 구성 때문일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민주당 4명, 한나라당 3명, 진보개혁연대 2명(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으로, 표결로 강행하면 안될 일이 없다고 믿은 것 같지만, 저는 민주당, 진보개혁연대 의원들의 정의와 양심을 믿었고, 힘으로 약자의 손에 든 떡을 뺏는데 모두가 동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었지만, 표결 결과는 찬성 5표로 가결됐다”고 개정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속사정을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당론이 아니라는데도 개정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고, 진보와 개혁을 가치로 하는 정당의 의원들이 찬성 표결한 논리가 이해되지 않고, 자기 손에 든 떡을 강탈 당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얌전히 표결에 참여한 것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며 개정 조례안의 표결에 참여한 여야 의회운영위원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윤 위원장이 지난 22일 “조례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뺏은 떡을 돌려주고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을 지, 떡을 뺏긴 분들은 어떻게 할 지 궁금하다”고 했던 말 그대로 이틀 뒤인 24일 오전 10시 제173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으로 인해 결국 이날 임시회는 열리지 못한 채 ‘유회(流會)’라는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