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의 횡포인가, 소수당의 어깃장인가.

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가 민주당 시의원 8명이 발의한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둘러싸고 이틀째 표류하고 있다.

부천시의회(의장 김관수)는 어제(24일) 오전 10시 임시회를 개회하려 했으나, 관련 조례안에 대해 “예산안 종합 심사를 하는 예살결산특별위원회를 다수당의 전횡 및 각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예비심사를 하나마나 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히 있다”며 한나라당 시의원 12명 전원이 강력 반발, 본회의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의장실을 점거해 임시회 개회가 ‘유회(流會)’됐다.

시의회는 이에 따라 임시회 의사일정을 변경해 오늘(25일) 임시회를 개회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개정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임시회 개회가 또다시 무산됐다.

여야 시의원들간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은 9명으로 구성되는 예산결산특별윈원회의 예결위원을 다수당이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의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때 3개 상임위원회 별로 소속 정당을 고려하지 않고 순번대로 3명씩 돌아가며 추천하는 방식으로 9명으로 구성해 왔다.

이로 인해 예결특위 구성이 어느 회기 때는 의석수가 적은 소수 당이 예결특위에서 숫적 우위를 보이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예결특위에서의 예산안 종합심사가 본회의에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어서 소수당이 삭감하지 않아야 할 예산을 삭감하는 횡포를 부릴 소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유인즉슨, 예결특위에서 종합심사해 본회의에 상정시 심사보고를 할 때 얼마든지 이의 제기를 통해 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예산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달 15일 폐회한 제172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2010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ㆍ기금결산ㆍ예비비지출 승인안에 대해 각 상임위별 심사를 거쳐 예결특위에서 종합심사 보고토록 회부했으나 한나라당 소속 예결위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회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에서 시집행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가결한 바 있다.

이처럼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 종합심사에서 소수당이 예결특위에서 다수 위원이 참여한다고 해서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에 대해 삭감하지 않아야 할 예산을 삭감하고, 삭감해야 할 예산을 반영하는 이른바 ‘소수당의 횡포’가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 반대로 오히려 다수당에서 예결특위 위원에 다수 위원이 참여할 경우에는 각 상임위에서 삭감돼 올라온 예산안이 예결특위에서 되살아나 반영되는 이른바 ‘다수당의 횡포’로 인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예결특위 구성에 따른 9명의 예결위원 가운데 다수당 또는 소수당이 예결위원으로 몇 명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집행부가 상정한 예산안이 부천시 발전과 부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삭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민선시대를 맞아 부천시의회의 예산안 심사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은 민선 시장의 소속 정당과 시정을 이끄는 스타일에 따라 시의회의 협조를 이끌어내느냐, 아니면 대립구도를 형성하느냐를 좌우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는 점에서 시집행부에서 부천시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을 상정했느냐 여부를 따지는 게 시의회에 주어진 본연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민주당 시의원들이 발의한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의 주요 골자는 예결특위 구성에 있어서 교섭단체별 의석 비율로 추천해 구성하자는 것이어서 예산안 심사에서 이른바 ‘다수당 횡포’의 길을 열어놓게 돼 당장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또다른 자충수를 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년마다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통해 부천시의회 의석 분포는 언제든지 다수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고, 소수당이 다수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천시의회 운영상의 문제에 따른 여야 시의원들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가 개회조차 되지 못한 채 이틀째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정작 해야 할 일이 산적한 민선 5기 2년차에 접어든 김만수 시장 체제에도 대내외적으로 결코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어서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임시회 개회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간 접전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가 이날 자정까지 이뤄질 경우 제173회 임시회는 또다시 ‘유회(流會)’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