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가 결국 벼랑끝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부천시의회는 상임위원 및 특별위원회 위원을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선임토록 하는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려는 민주당에 맞서 이를 철회하려는 한나라당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틀째 임시회 개회가 미뤄지자 ‘의장 직권’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소속 김관수 의장은 어제(25일) 각 상임위원회에 오는 31일까지 안건 심사를 보고토록 통보함에 따라 민주당과 진보개혁연대(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소속 의원들은 야권 공조의 틀 속에서 26일 오후 2시부터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2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각 상임위원회를 개회, 회를 열고 안건 심사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어제부터 본회의장에서 밤샘 점거를 하고 있으며, 이번 임시회 회기기간인 오는 9월7일까지 점거 농성을 계속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는 여야간 갈등으로 인해 역대 시의회 사상 초유로 개회조차 하지 못한 채 제1차 본회의를 일단 미루고 상임위원회 활동부터 시작하는 불명예스런 선례(先例)를 남기게 됐다. 이번 임시회에서 예정됐던 시집행부에 대한 시정질문 및 답변도 물건너간 셈이다.

김관수 의장이 임시회 개회를 일단 미룬 채 상임위 회의를 개회해 안건 심사를 보고토록 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지방자치법 제61조’의 위원회의 개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에는 ‘회기중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의원 3분의 1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개회할 수 있으며, 다만, 회의 중에는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개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9월1일 열린 예정이던 제253회 제1차 정례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하자 다음날인 2일 도회의 의장 직권으로 개회를 하지 않고 상임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아울러, 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는 지난 19일 부천시장으로부터 지방자치법 제45조 제2항 규정에 의한 소집요구가 있어 집회를 지방자치법 제45조 제3항 규정에 의거 ‘24일 오전 10시’에 한다고 공고함에 따라, 24일부터 15일간의 회기 결정에 따라 오는 9월7일까지 법적 효력이 발생한 상태로, 이 기간 중에 주요 안건을 처리하면 된다.

이로 인해 ‘의장 직권’으로 임시회 개회(제1차 본회의)를 일단 미룬 채 26일 오후 2시부터 각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회해 안건 심사 활동을 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상임위별로 9명이 참여하고 있어 재적의원 3분의 1인 3명 이상이 참여하면 되는 관계로, 민주당 12명과 진보개혁연대 3명(민주노동당 2명, 국민참여당 1명) 등의 각 상임위별 참여 의원 수가 5명(행정복지위, 건설교통위), 4명(기획재정위)이어서 한나라당 12명이 불참하더라도 안건 심사를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행정복지위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서강진 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했으나 간사인 민주당 소속 김정기 의원이 ‘위원장의 회의 진행 거부’를 이유로 대신 회의 진행을 할 수 있는데다, 안건 의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인 과반수 이상(5명)도 민주당 3명, 진보개혁연대 2명(민주노동당 1명, 국민참여당 1명) 등 5명이 되는 관계로 안건 의결에도 문제가 없다.

행정복지위의 안건 의결 정족수를 채우려면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 했던 의회운영위원장 윤병국 의원(민주당)이 참여하면 가능하게 된다는 점도 이번 임시회 파행 전선에서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건설교통위원회 역시 안건 의결 정족수인 과반수 이상이 김문호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의원이 5명이어서 안건 심사 및 안건 의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획재정위원회다. 기획재정위는 강동구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의원이 3명, 민주노동당 의원이 1명 등 4명이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5명이서 안건 심사를 할 수 있되 안건 의결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해 안건 의결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440억2천723만원이 증액 편성된 1조1천899억4천828만원 규모의 제2회 추경예산안을 종합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할 것으로 보여 예결특위 구성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 제173회 임시회에 상정된 제2회 추경예산안을 비롯한 21건의 안건은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임시회 마지막 날 열릴 예정인 본회의 또는 이번 임시회 회기 기간인 오는 9월7일까지 일괄 상정해 민주당(12명)과 진보개혁연대(3명) 소속 의원들에 의해 어떻게든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소속 12명의 의원들은 지난 24일 의장실 점거에 이어 25일부터 본회의장 밤샘 점거로 임시회 개회 저지에 이어, 이번 임시회 회기 기간인 오는 9월7일까지 본회의장 밤샘 점거를 통해 본회의 개회 저지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12명과 진보개혁연대 3명 등 15명과 한나라당 12명 시의원들은 이제 ‘의장 직권’ 카드를 꺼내들도록 스스로 좌초한 가운데 역대 부천시의회 사상 초유의 회의 진행에 있어서 좋지 못한 선례(先例)를 남기며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제173회 임시회의 파행 형국에 모두 뛰어들어 최후의 ‘OK목장의 결투’를 벌일 태세여서 여야간 인내를 갖고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합의 도출은 실종된 채 상임위 무용론(無用論)과 더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하고 있다.

이번 제173회 임시회 파행의 단초가 된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다수당의 전횡 또는 횡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사례가 곧바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컬 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