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뚝 떨어진 가운데 파란 하늘이 펼쳐진 맑은 날씨를 보인 18일 오전 부천시 원미구 역곡2동 현대아파트에서 바라본 소사구 소사본동 일원 성주산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성주산 정상(해발 217m)에 일반 시민의 발길을 닿지 못하게 하는 군부대 막사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성주산 자락 아래 건물은 서울신학대학교 건물이다. 부천 세종병원 홍보탑도 시야에 들어온다.

성주산 옆에 신축중인 고층 건물은 또다시 성주산을 시민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이미 원미구 역곡2동 가톨릭대학교 부근 고지대에서 훤히 보이던 시흥시 소래산은 소사구청 앞에 푸르지오 고층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부천지역 곳곳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성주산과 원미산이 부천 도심지에 사는 시민들의 시야에서 사리져 가고 있다. 스카이라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천시민들에게 탁 트인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고층 건물 위주의 답답한 도심이 형성되면서 둘레길 등 걷기문화의 웰빙시대를 맞아 인근 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성주산은 소사구 소사본동ㆍ송내동 일원을 중심으로 시흥시 대야동으로 지류가 이어져 시흥시에 속한 소래산(해발 299.4m)과 함께 백두대간(白頭大幹)에 속하는 산이다.

성주산은 특히 원미구 원미동과 역곡동 일대에 걸쳐 있는 원미산(해발 167m)과 더불어 부천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며 4계절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친구같은 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성주산 정상은 1973년 7월1일 부천시가 시로 승격한 이래 지금까지 시민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다. 산 정상에 군부대 막사가 들어서 인근 9공수 부대와 더불어 중요한 관측 초소로 국방부에서 민간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주산을 찾는 사람들은 ‘성주산 자락을 끼고 돌아서’라는 말을 한다. 성주산 정상에서 바라본 부천시 전경을 바라보는 기회가 아직까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성주산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부천시민들은 그래서 궁금해 한다. “성주산 정상이 그토록 중요한 군사 요충지인가…”라고 반문하곤 한다.

부천시 홈페이지에 불평의 소리도 남긴다. 지난 1월12일 부천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시민 박모씨는 ‘성주산의 군시설 철거요망’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얼마전 성주산 등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성주산에서 서울신대 쪽으로 내려오면서 성무정 뒷산에 흉물스러운 건축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언덕 위에 과거에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던 시설이 흉물스럽게 그대로 있더군요. 쓰러져 가는 건축물과 철조망으로 막힌 울타리, 근무 초소등이 너무 보기가 좋지 않은 상태로 방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능선위 나무숲에 가려져 있다고는 하나 얼마전 개통된 부천의 둘레길 이미지를 좋지 않게도 할 수 있겠더군요. 어느곳에 애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이곳에 글을 써봅니다.”

부천시의 답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집을 지키고 보호하는 산’이란 이름을 가진 성주산(聖柱山)은 원미산(遠美山)과 더불어 부천시의 대표적인 산이자,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지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로 원미산(遠美山)은 옛날 부평부 관아(현 인천광역시 부평구 계산동 소재)에 있던 동헌에서 아침 해돋이 때와 해질녘 노을질 때 바라보는 산세가 아름다워서 부평부 관아에 부임한 도호부사가 산 이름을 물었지만 대밥하는 사람이 없어 ‘멀리서 바라본 산모습이 아름답다’는 의미로 원미산이라고 지었다는 유래가 있다.>

성주산과 맞닿아 있는 시흥시 소래산 정상(해발 299.4m)은 사람들의 발길이 자유롭게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성주산 정상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주변에 녹지와 계곡 등 주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까닭에 성주산 정상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 제한적으로나마 시민과 학생들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해 성주산 정상에서 부천시내 전경을 바라보게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물론 한걸음 더 나가 아예 성주산 정상이 활짝 개방돼 부천시민들이 원미산 정상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부천시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국방부 등과 접촉해 ‘성주산 정상 개방’을 위한 노력을 기대해 본다.

성주산(聖柱山)은 도시화 바람이 불어닥치기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벌막 쪽에서 소가 앉아 있는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고 해서 ‘와우산(臥牛山)’이라 불렀고, 산 골짜기는 댓골(大谷), 산 이름은 ‘댓골산’이라고 불렀으며, 일제강점기인 1918년 간행된 <조선지지자료>에는 성주산과 화오개산(華梧峴山)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성주산을 중심으로 하우고개ㆍ여우고개ㆍ마리고개 등의 고개와 든전물ㆍ작은 마리골ㆍ창골ㆍ도티굴ㆍ뒷골 등의 이름을 가진 골짜기, 그리고 깊은구지ㆍ솔안말ㆍ구지말ㆍ소새 등의 지명을 아우러고 있으며, 마리고개 너머 솔안말 쪽에 있는 산은 ‘거마산(巨馬山)‘으로 불리우고 있다.

한펀, 부천시의 성주산(聖柱山)은 인터넷상에 검색을 해보면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과 성주면에 겹쳐 있는 성주산(聖住山ㆍ해발 680m),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 있는 성주산(聖主山ㆍ해발 712m), 전남 여수시 소호동에 있는 성주산(聖主山ㆍ해발 251m), 경북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에 있는 성주산(聖住山ㆍ해발 219m)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성주산이 4곳이 있다.

하지만 부천시의 성주산(聖柱山)은 한자로는 유일한 지명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물며 이럴진대 부천시 홈페이지는 부천의 산과 하천과 관련된 자세한 소개가 아예 빠져 있거나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이면 시 승격 40주면, 부천시 탄생 100년이라고 하지만 부천시 스스로 지역 정체성을 찾고 홍보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