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네 번째 주말인 23일, 봄바람이 제법 거세고 쌀쌀하게 옷깃을 파고드는 주택가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부천의 구도심지역인 부천시 원미구 역곡2동과 소사동 길은 단독주택과 다세대 연립주택이 즐비하지만 한집 건너 봄꽃들을 넉넉하게 볼 수 있다.

잎사귀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은 늘 꽃샘추위가 서싱거릴 무렵에 양지녘에 자란 나무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눈부신 꽃잎을 피우더니 2주일여가 지난 지금은 꽃잎을 다 떨궈내 나무 아래에 수북히 쌓인 하얀 꽃잎들이 녹슨 것처럼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꽃잎을 떨궈낸 나뭇가지에는 파란 잎사귀를 한창 돋아나며 5월의 신록을 맞이할 채비에 한창이다.

이즈음, 목련화를 그나마 볼 수 있는 곳은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 연립주택이 들어선 건물 동(棟)과 동(棟)) 사이를 경계짓고 있는 자투리 땅에서 베어지지 않고 겨우 생명을 유지한 채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녘에 있는 목련나무에서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늦깍이 목련화는 그래서 그늘진 곳에서 더욱 눈부신 자태를 뽐낸다.

목련의 꽃말은 ‘숭고한 정신과 우애’이고, 백목련의 꽃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다. 어느새 4월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하얀 목련을 보면서 짧디 짧게 느껴지는 화창한 봄날에 우리가 이루지 못한 사랑은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한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또 하나의 빛바랜 추억으로 봄날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