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강추위가 막 시작될 즈임인 지난해 12월18일 아침 출근길에 유난히 파란하늘 아래 담장 너머로 채 떨구지 못한 나뭇잎 서너장이 달린 모과나무에 노란빛이 너무 고운 모과(木瓜) 하나가 달랑 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카메라(후지필름 FinePix S700)에 담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월19일부터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연말연시인 탓에 무심히 지나쳤다.

해가 바뀌고 지난 4일에는 폭설과 매서운 동장군이 심술을 부리면서 추위에 쫓겨 종종걸음치는 일상이 반복되며 한달이 훌쩍 지났다.

또 그리고…

폭설로 쌓였던 잔설(殘雪)도 다 녹고 연일 매섭게 몰아치던 추위도 한풀 꺾인 27일 아침 출근길에서 모처럼만에 파란 하늘 아래 여전히 땅에 채 떨구지 못한 나뭇잎 서너장이 잔뜩 오그라들어 매달려 있는 모과나무 가지로 배 껍질같은 빛깔로 변한 그 모과(木瓜)가 달려 있었다.

칼바람이 몰아치고 폭설이 내리는 엄동설한에도 꾹 참고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버텨낸 것이다.

유난히 곱던 노란 빛깔은 약간 누루죽죽하게 변했고 모진 세파에 시달린 흔적이 묻어나긴 했지만 그 모양은 온전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은 이후 근래 드물게 춥디 추웠던 41일간에 걸친 겨울 한복판에서 100% 자연 숙성된 모과(木瓜)를 보면서 결국 생각난 것은 ‘와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