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를 연상케 하는 파꽃. 꽃말은 '인내'다.

△파꽃은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모여서 둥그렇게 꽃을 피워 마치 부케를 연상케 한다.

이문재 시인은 ‘파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

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
속이 없다.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짓는 이중기 시인은 ‘참 환한 세상’이라는 시에서 파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파꽃 한번 오지게 둥둥둥 피어난다
거두절미하고 힘찬 사내의 거시기 같다

단돈 만원도 안 되는 원수 같은 것들이
탱탱하게 치솟는 풍경을 흘겨보던
등 굽은 늙은이 입술 묘하게 비튼다
빗장거리로 달려들어 북소리 몰고
둥둥둥둥, 북소리 물고 달려가는
저, 수여리들의 환호작약에
늙은이는 왈칵, 수여리도 치살려본다

내 아직 펼칠 뜻 없는 건 아니리
시간이 마음을 압도하는 벼룻길일지라도
북소리로 팽팽하게 펼쳐보일 수 있으리
화살되어 궁궁궁궁 달려갈 수 있으리

연꽃이 피워내는 법구경보다
참 노골적으로
욕망의 수사를 생략하며
무궁무궁 피어나는 파꽃의 절경에 젖은 늙은이
젖 한 통 오지게 빨고 있는 웃는 아이 같은
저 늙은이 파안!
저승꽃 만발한 서러운 절창!

세상 참 환하다.

조은 시인은 ‘파꽃’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까이 하면 눈물이 난다

너의 방을 두드리는
내 몹시도 발목이 비틀거렸다

가까이 하면 눈물이 나는 존재여
가까이 하면 눈물이 나는 존재여

머리 숙이고 있어도 몇 발짝 앞
문 잠그는 너의 손가락이 보였다

간혹 보였다

눈이 감기도록 우울하고 신선한 존재여
긴 밤을 위해
핏줄 사이로 끈끈한
바람이 걸어다니기 시작한다

캄캄하게 채워진 내 몸의 단추가
하나씩 하나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파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