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세번째 일요일인 22일에도 화창한 봄날씨 속에 원미산 기슭 산울림청소년수련관 앞 5평짜리 텃밭, 주말농장에는 가족 단위 농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내린 봄비로 414세대가 가꾸는 텃밭에도 빗물이 스며들어 지지난 주말(4월7~8일)에 심었던 고추와 상추 모종은 이제 완전히 뿌리를 내렸고, 씨앗으로 뿌려놓은 쑥갓·치커리·아욱·열무·알타리 무 등은 지난 주말(4월14~15일)에는 흙더미로 사이로 파릇파릇하게 살짝 내밀었던 싹들이 제모습을 갖추며 자라나고 있었다.

특히 텃밭에 뿌린 씨앗들은 주인이 뿌린 대로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밭고랑에 한움쿰씩 씨앗을 뿌린 곳에는 한움쿰씩의 싹을 내밀었고, 밭고랑 위에 한줄로 길게 뿌린 씨앗은 뿌린대로 싹을 내밀고 있었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농군들이 보면 손바닥만한 텃밭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린 대로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흙은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싹이 돋아나는 밭고랑 사이에 성큼성큼 자라나는 잡초 몇포기를 뽑아내고 보니 이제는 손이 가는 일이 적어 한결 편했다.

삽질을 하고 호미질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던 어설픈 농군들도 잡초를 뽑고 자라나는 싹을 보면서 제법 여유가 생긴 모습들이었다.

방울 토마토 모종을 구하기 위해 주말농장 재배지도를 맡고 있는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다음 주말에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늦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오히려 너무 빨리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려서 걱정”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문 농군(農軍)들은 겨우내 얼었던 흙에 숨이 돌고 빗물이 충분히 스며들게 해 수분을 충분히 머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퇴비를 주고 땅을 갈아 엎은 뒤 1~ 2주를 기다렸다가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4월말이나 5월초에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 것이 적기(適期)인데 사람들마다 퇴비거름을 주고 난뒤 서둘러서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 바람에 앞으로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채소들이 자라나도록 솎아내는데 한참 고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고, 그렇지 못한 초보 농군들은 조바심을 켜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해주는 말로 들렸다.

그렇더라도 주말농장은 흙과 좀처럼 가까이 하지 못하는 도회지 생활에서 온가족이 주말나들이 삼아 흙을 만지고 밟으면서 자신들만의 식탁에 올리는 채소를 심고 가꾼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고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엄마, 아빠를 따라 주말농장을 찾은 어린 남매가 흙장난을 하며 노는 모습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거나, 컵라면을 먹고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말농장의 5평짜리 텃밭은 농사를 잘 짓고 못 짓고에 연연하지 않은 채 주말마다 찾아오는 가족들의 삶의 활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5평 텃밭일기

4월22일- 아내와 셋째 막내(첫째는 시험공부, 둘째는 주말마다 개인스케줄로 늘 바빠 불참).

모종으로 심은 고추와 상추는 이제 안심해도 될 정도로 잘 자라고, 씨앗으로 뿌린 쑥갓·치커리·아욱·열무·알타리 무 등은 지난주 흙더미 속에서 돋아나는 싹들이 대지를 향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씨앗을 뿌려놓은 대로 싹을 틔웠다. 한움큼씩 소북히 뿌린 곳에는 한움큼씩 소복히 싹이 돋아났고, 밭고랑에 일렬로 주르륵 뿌린 곳에는 일렬로 싹이 돋아났다. 흙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새삼 실감나게 했다.

지난 주에 심은 씨감자는 아직 새순이 올라오지 않았다. 다음 주말쯤에 새순이 돋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심으려고 했던 방울 토마토는 모종을 다음 주말에 갖고 온다고 해서 미뤘다.

밭고랑 사이로 난 잡초 몇포기를 뽑고 주말농장을 나서면서 바라본 원미산은 어느새 신록의 물결로 출렁거리며 이따금씩 꿩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