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는 시 자체 주민들의 화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인 만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로 6기를 갖춘 시립 추모공원 형태로 짓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하남시는 경기도의 지원금 2천억원과 서울 지하철 연장건설 등을 내세우며 지역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화장로 16기(또는 30기)를 갖춘 광역화장장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접근 방법으로 보면 부천시가 자기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관련 법률에 의거에 짓겠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화장장을 건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천시와 하남시의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본질)은 같다. ‘화장장= 혐오시설’이란 등식 속에 집값 하락 등 여러가지 복합요소가 작용하여 거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화장장 건립 반대 민원의 가정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인근 지역주민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 발표하고 추진하려 한다는 점이다.
부천시와 하남시의 화장장 건립 추진은 주민들에 의해 뽑인 민선시장의 정책적 판단으로 대다수 주민들을 위해 필요하고, 필요로 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추진 의지를 굳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천시와 하남시의 화장장 건립 추진이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휩싸여 장기 집단민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는, 광역단체인 경기도와 서울시가 화장장 건립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책적 판단과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우선 경기도의 경우 부천시가 자체 시민들의 화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건립하려는 시립 추모공원에 대해 어려운 과정을 거쳐 그린벨트 관리계획 승인 신청을 했으나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립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곳이 서울시 경계지역인 만큼 구로구와 사전 협의를 거치고 역곡동 주민들의 건립 반대민원을 해소한 뒤 그린벨트 관리계획 승인 신청을 하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남시의 광역화장장 건립 추진 역시 인접한 성남시에 화장로 15기를 갖춘 화장장이 있는 관계로 또다시 하남시에 대규모 화장장을 설치하면 경기도내 화장시설이 한쪽을호 편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원지동 추모공원에 대한 법적 소송을 핑계로 화장장건립계획을 유보한 채 화장시설을 찾아 다니는 서울시민들의 불편을 애써 외면한 채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에 화장장이 건립되기만을 은근히 기다린다는 인상을 피할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한 표가 필요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집단민원에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기초자치단체의 화장장 건립 의지를 꺾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 보다 화장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는 인접 지자체들간에 긴밀한 협조로 공동 화장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장장 건립반대 집단민원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광역 화장장’ 건립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검토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부천시도 자체 화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시립 추모공원 건립을 추진하기 전에 이미 인근 지자체와 협의를 했으나 모두 ‘No’라는 답변만 받아내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지역문제는 기초자치단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는게 지방자치시대의 근본 취지이지만,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팔짱만 낀 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행·재정적 지원 등을 뒷받침하는데 적극 나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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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시민·사회·환경단체들도 국토를 잠식하고 훼손하는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에 반대한다면, 화장 수요가 급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화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치유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만 할 것이다.
화장장 건립 문제는 이제 더이상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을 ‘말로만’이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의 화장시설을 짓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누구에게나 맞딱뜨릴 장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할 때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아파트단지를 여기저기에 짓겠다는 통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 ‘혐오시설= 화장장’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나마 지을 곳도 더이상 찾지 못하게 될 께 볼보듯 뻔한 게 오늘날의 우리네 사나운 인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