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64세.

1947년 부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수년째 파킨슨병을 앓아왔고, 지난달 29일 뇌정맥혈전증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2차 합병증이 겹치면서 병세가 악화돼 폐혈증으로 한달만에 타계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시절인 1971년 3선 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민청련, 전민련을 조직해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투옥과 고문, 도피 생활을 계속했고, 특히 군사정권 시절인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기술자’로 불린 이근안 경감 등에게 무려 10차례의 고문을 받는 등 혹독한 고초를 겪기도 했다. 파킨슨병도 고문 휴유증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을 감옥에서 맞았고, 1988년에 석방돼 19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결성을 주도해 정책기획실장,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구속을 당했다. 고인의 민주화 운동에 따른 시련은 세계에 알려져 독일 함부르크재단으로부터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됐고,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1995년 정1995년 민주당 부총재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정권교체를 위해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작업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에야 사면 복권돼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서 금배지를 단 뒤 내리 3선에 당선됐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기여했고 보건복지부장관(43대)도 지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당시 ‘노풍’이 불기 시작한 광주 경선 직전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 고백을 하면서 “아름다운 꼴찌를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면서 이인제 후보와 경쟁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면서 참여정부가 들어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오랜 동지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지만 중도 실용노선과 맞서야 했고,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있을 때는 부동산 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노 대통령과 맞섰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고, 영리병원을 반대하며 청와대와 대립하기도 했다.

고인은 개혁성과 탁월한 논리력을 겸비한 정치인으로 인정받았고,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진보세력까지 포함하는 민주세력 대연합을 시대적 과제로 삼아 통합의 산파 역할을 했다.

유족은 로버트케네디 인권상을 공동 수상한 부인 인재근 씨와 1남1녀(병준, 병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민주주의자 김근태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공동장례위워장은 김상근 목사·지선 스님·함세웅 신부 등 종교계 인사가 맡았으며,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영달·이인영 전 의원과 박선숙 의원이 맡았으며, 장례위원회는 1월2일 추모문화제를 연 뒤 발인(영결식)은 1월3일 열 예정이다. 장지는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전태일 열사, 문익환 목사, 조영래 변호사 등이 묻힌 마석모란공원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