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배성범)는 12일 산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가장해 여자친구 Y모(21) 씨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이른바 ‘산낙지 살인사건’ 피해자의 남자친구 K모(30) 씨를 살인, 사문서 위조·행사,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K씨는 2010년 4월19일 여자친구 Y씨와 모텔 투숙 후 불상의 방법으로 Y씨의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켜 뇌사상태에 빠뜨리고 5월5일 숨지게 한 혐의(살해)이다.

K씨는 2010년 3월25일 여자친구 Y씨에게 사망보험금 2억원의 보험에 가입토록 한 뒤 그해 4월12일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K씨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험계약 변경신청서를 위조,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K씨는 또 같은해 5월13일 보험회사에 Y씨가 낙지를 먹던 중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처럼 가장하고 사망보험금을 청구해 그해 7월23일 2억51만 원을 수령해 보험 사기 혐의도 받고 있으며, 이 사건을 수사중 K씨가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고급자동차를 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산낙지 살인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남자친구 K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치밀한 범행 수법으로 여자친구 Y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산낙지 살인사건’은 2010년 4월19일 K씨가 여자친구 Y씨와 인천 남구 J모텔에 투숙중 “Y씨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했다”고 신고해 뇌사 상태에서 병원 후송 후 그해 5월5일 사망해 부검없이 사고사로 종결됐으나, 그해 8월 Y씨의 유족이 K씨가 사망보험금 2억여원을 수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K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경찰의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 후 의료진, 모텔 직원, 보험사 관계자, 법의학 전문가, 피해자 유족 등 48명을 대상으로 73회에 걸쳐 조사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의혹과 정황을 광범위하게 수사했고, K씨에 대해서는 2회에 걸쳐 변호인 입회 조사 등 충분한 진술기회를 부여했고, 피해자 Y씨의 부친을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참관케 하는 등 유족 의사를 최대한 배려했다.

특히, 조직검사 및 DNA 감정, 보험서류 정밀감정, 법최면검사 등 과학수사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K씨에 대한 ‘심리생리검사’인 이른바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진술분석․행동분석 검사’는 본인의 거부로 실시하지 못했다.

<‘산낙지 살인사건’- 검찰 수사 결과>

검찰은 사건 초기에 일반 변사사건으로 처리되고 사체가 화장되는 등 직접 증거가 없어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숨진 Y씨의 보험 가입, 사망과 관련한 간접 증거들을 철저히 수집, 분석하고 과학적 감정 등을 통해 범행 전모를 확인했다.

우선, 살해 동기와 관련해 K씨는 여친 Y씨에게 실손보험이 아닌 고액의 사망보장 보험 가입을 주도했고, Y씨가 사망 전에 부과된 2회의 보험료도 K씨가 납부했으며, Y씨가 보험가입 직후 수익자 변경에 착수해 사건 발생 7일 전에 보험계약 변경신청서를 위조했다는 것.

또한 두 사람 모두 일정한 직업이 없는 등 보험료를 납부할 형편이 아니었고, K씨는 몇달치 월세가 밀리고 다액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타낸 보험금은 대부분 채무 변제, 전세보증금, 유흥비 등에 사용했고, 사건 발생을 전후한 K씨의 이성관계, Y씨와의 교제 상황 등에 비춰 결혼할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검찰은 Y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 모텔 투숙 후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1시간이 안돼 Y씨가 질식으로 뇌사 상태에 이르렀고, K씨는 Y씨가 산낙지를 먹던 중 질식해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응급구호 및 진료내역 조사, 정밀감정 결과 Y씨의 기도에서 낙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또 K씨는 사건 후부터 현재까지 Y씨의 기도를 막은 것이 통낙지인지, 낙지 다리인지에 대한 진술을 수시로 바꿔 신빙성이 없고, Y씨의 치아 상태, 사건후 진료내역, 다수 관계자 진술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Y씨의 병력, 진료내역 등에 비춰 구토나 심근경색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없는데다가, K씨의 사인에 대한 주장이 허위로 판명됐고, 사건 직전 보험수익자 변경 서류를 위조한 점,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한 점 등을 종합해 K씨의 살해 동기 및 살해 혐의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험계약 변경신청서 위조, 행사와 관련, K씨은 Y씨가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아 수익자를 자신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고,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서 보험계약 변경신청서 및 필기구, 필체 등을 감정한 결과 핵심 부분이 Y씨의 필체가 아닌 모방 필체로 드러나는 등 위조된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보험사 관계자에 대한 법최면검사 등을 통해 ‘수익자 변경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K씨의 변명이 허위이며, 이미 위조된 신청서를 친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건이 암장된 살인사건으로 악성 보험사기에 이용된 점을 중시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점과 엄단 필요성을 고려해 기소 후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을 수행하는 등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낙지 살인사건’ 진행 경과>
-2010년 3월25일: 여자친구 Y씨 보험 가입
-2010년 4월12일: 보험 수익자를 Y씨의 법정상속인에서 남자친구 K씨로 변경
-2010년 4월19일: ‘산낙지 질식사건’ 발생
-2010년 5월5일: Y씨 사망, 2일 후 화장
-2010년 5월13일: K씨 보험금 청구(7월23일 수령)
-2010년 5월18일: 경찰, 변사사건 종결
-2010년 8월13일: Y씨의 부친, K씨 고소
-2011년 7월25일: 경찰, 불구속 송치(기소 의견)
-2011년 8월~ 2012년 3월: 검찰 수사
-2011년 3월22일: 검찰시민위원회 개최(만장일치로 기소 적정 의결)
-2011년 4월12일: K씨 구속 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