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 시대에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신문의 현실과 미래 모델을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언론종사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인터부 기사가 실려 소개한다.

언론전문비평 주간지 ‘미디어 오늘’(www.mediatoday.co.kr)이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고학용) 주최로 열린 ‘뉴스 미디어의 혁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후안 세뇨르(42) 이노베이션 미디어컨설팅그룹 파트너&수석부사장은 ‘한국 신문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신문의 방송 진출인데, 신문사가 살아남으려면 방송 진출이 나은가,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강화하는 게 나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상파방송은 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상파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축한 모델이고, 굉장히 자본 집약적인 분야이므로 신문과는 상황이 다르다. 브라질의 글로브는 예외지만, 신문사 중 방송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시청률도 떨어지고 수입도 줄어들며 빚도 많은 지상파를 왜 인수하느냐. 신문사는 다른 데 정신을 팔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 발췌했다.

그는 한국의 신문산업에 대해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세계의 다른 신문들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한국만 거의 변화가 없고,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한국신문만 변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새로운 걸 시도하려는 상상력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한국은 보수적 신문 문화가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적 신문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받고 “과거의 신문 모델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것으로, 과거 신문이 다루던 내용, 과거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 등 전통적인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신문은 한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국지를 표방하고 광고가 주 수입원이며 구독료에 의지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모델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신문산업에 관심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세계의 모든 신문산업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한국은 특별한 케이스”라며 “한국은 디지털 분야에서 굉장히 앞서가는 나라임에도 신문산업만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나라가 한국 정도의 디지털 수준이라면 신문도 따라서 바뀌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 호기심을 부르는 케이스”라고 했다.

그는 ‘이노베이션’ 미디어컨설팅그룹이 한국의 고객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판형을 바꾸고 콘텐츠 관련 공식을 바꿔 좀더 독자와 유관된 내용,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콘텐츠로 비싼 구독료 책정이 가능한 ‘뉴스매거진’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뉴스룸을 진정한 ‘정보 엔진’으로 만들어 하루 24시간 어떤 플랫폼에도 정보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수익을 내는 전략을 짜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이 ‘영혼’을 재발견해야 한다. 그 영혼이란 결국 저널리즘이고, 좋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신문도 소비자 변화에 맞춰 변해야 하고, 좋은 저널리즘(Good Journalism)을 팔아야 한다. 이 모두를 위해서는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Good Journalism)’을 달성하는 것이 곧 비즈니스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굿 저널리즘(Good Journalism)’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근본적인 내용을 다뤄야 하고, 의견을 제시함에 있어 정보에 기초해야 하며, 독자들이 도발할 수 있는 느낌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누가(who)’ ‘언제(when)’ ‘무엇을 했나(what)보다는 ‘왜(why)’와 ‘어떻게(how)’, ‘그 이후(next)’에 대해 얘기해 줘야 한다”며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기거나, 언론이 누군가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이용된다면 이는 좋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이런 저널리즘으로는 미래에 별 수익도 낼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몰라 많은 기사를 읽어본 적이 없어 뭐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경제 관련 기사를 예로 들면 굉장히 포맷화돼 있다. 정부 부처를 커버하거나 특정 기업을 커버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건물’을 커버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이 그동안 독자들 사이에서 성과를 올려온 것은 ‘스토리’를 전달해왔기 때문”이라며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고 인간적인 면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좋은 저널리즘이 아니다”라며 “특히 한국의 신문들을 보니 거의 비슷해 복제된 느낌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는 그렇지 않은데 왜 신문은 모두 흑백이고, 크기가 같으며, 중앙에 제호를 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디언에 이어 올해 중앙일보가 판형을 바꿔 베를리너 판형을 선보인 것에 대해 “대판에서 콤팩트 판형으로 바꾼 신문사는 종이를 많이 아끼고 잉크도 아낄 수 있으며, 또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어 여성이나 젊은 독자들이 많이 늘었고, 판형을 바꿔 크게 실패한 신문은 없다”고 했다.

한국 신문이 생존을 위해 ‘혁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뉴스룸을 통합하고 판형을 바꿔야 하며, 새 판형과 콘텐츠에 맞게 구독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신문이 1~2개 신문을 제외하면 모두 경영 상황이 열악해 투자 여력이 없는 신문들이 할 수 있는 혁신 방법은 무엇니냐는 질문에데 대해 “판형을 바꾸고 뉴스룸을 통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콘텐츠를 바꿔고, 페이지 수를 줄이되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람들은 쉽게 빨리 읽을 수 있기를 원하며, 내용도 특화할 필요가 있는데, 전국적인 현안만을 다루는 뉴스들은 미래에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며 “모든 사람이 ‘커피’를 원하지는 않는다. 신문들은 한국에 대해 다룰지, 서울을 할지, 정치인만 다룰지 등 ‘타깃 오디언스’를 구체화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와 관련, 한국 신문이 유료화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먼저 개인사와 관련된 것, 예를 들어 부고나 결혼, 기념행사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유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둘째로는 배경 정보다. 예를 들어 ‘런던 패션 주간’에 대해 신문에 기본적인 내용을 보도하고, 추가 정보는 온라인에서 유료화하는 방식이며, 세 번째는 독점 뉴스인데, 모든 신문사 뉴스룸은 하루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독점 뉴스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적 스타의 사진 등이 있다면 휴대전화로 결재를 해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독점 기사가 있다면, 영화 프리뷰처럼 유료로 미리 정보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탈리아에는 스포츠 마니아가 많은데, 스포츠 스타들의 브로마이드를 팔기도 한다. 이외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수익이 좋은 게 B2B 방식으로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국 신문이 지상파방송에 진출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그는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사업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신문사들은 발행 부수도 줄고 수익성도 좋지 않고 재정 상황도 별로 안 좋고 독자도 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지상파도 똑같은 상황이다. 이렇게 안 좋은 매체끼리 합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의 경우엔 가입자 수가 확보됐고, 뉴스를 통합하는 차원에서 하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