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수주 변영로의 ‘봄비’)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춘분(春分·20일)을 나흘 앞둔 17일 새벽부터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서울·경기지역의 예상 강우량은 5㎜로 양은 매우 적지만 전국의 낮기온은 8도에서 16도 분포로 비교적 포근하겠고, 밤부터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기온이 떨어져 모레 아침 서울이 영하 1도를 기록하는 등 반짝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번 반짝추위가 지나가고 나면 금새 추위가 풀려 토요일(19일)과 춘분인 일요일(20일) 사이에는 맑고 포근한 날씨속에 새봄을 만나볼 수 있을 것같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봄비…

우리네 속담에 ‘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 손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 봄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들어 씀씀이가 커지고 인심이 넉넉해진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봄비는 또 한 번 내릴 때마다 따뜻해지고, 가을비는 추워진다는 속담도 있다. 봄비가 내리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봄비는 또한 오는 듯 마는 듯 아주 적게 내려 보슬보슬, 부슬부슬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밤새 창 밖에서/ 봄비는 서투른 솜씨로 타자를 친다/ 탁탁 탁, 탁 탁탁 탁, 탁,…/ 무슨 사연이 저렇게 구성지게 길까/ 평생을 후회,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밤을 새워서 치고, 지우고, 치고, 지우고/ 서툴게 타자를 친다/ 나는 자다 깨고, 자다 깨고, 하면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을 멍하니/ 혼자 견디며.(조병화의 ‘밤에 내리는 봄비’)

지인으로부터 온 문자메세지가 정겹다. “봄비가 땅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당신은 그런 봄비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