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만 믿고 40여년을 별다른 전과없이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김모(44)씨는 남편이 갑자기 위암 진단을 받고 8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해 11월 사망하자, 황망한 중에 남편의 장례를 치루고 난 뒤 남편이 출·퇴근시 사용했던 남편 명의의 중고자동차를 처분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김씨는 운전면허도 없고 김씨가 살고 있던 빌라 주민들의 주차공간도 좁았던 터라 차를 처분하려 했으나,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죽은 사람의 차라고 해서 처분하기가 어렵던 차에 때마침 자동차를 가져 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김씨는 차량 소유자인 남편의 인감증명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남편의 위임장을 작성해 인감증명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김씨는 까마득히 몰랐다. 동사무소에서는 사망한 남편 명의로 인감증명을 발급받은 것이 사문서 위조라고 김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김씨를 조사한 후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씨에 대한 사건을 송치받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지청장 이중훈) 형사2부(부장검사 민만기·담당검사 김기문)는 김씨가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이 아니고 죽은 사람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점을 참작해 김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검찰의 관대한 처분에 대해 “남편의 사망으로 상실했던 삶의 의지가 다시 회복됐다”며 감사의 편지를 주임검사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는 주부 김씨처럼 평범한 시민들이 가족 사망 후에 재산관계를 정리할 목적으로 죽은 가족 명의로 인감증명서를 신청했다가 문서위조범으로 고발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부천지청에서만 이와 유사하게 사망한 가족 이름으로 인감증명서를 신청했다가 문서위조범으로 고발 당한 사례가 올해 1월부터 4월 초순까지 22건에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죽은 사람이든, 산 사람이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위임이 필요하고, 위임없이 문서를 작성하면 범죄가 되므로 사망의 경우 재산관계는 상속절차를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의=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032)320-4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