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관계자는 “부천시가 특목고 유치 변경계획 공문을 보내온 것과 여월지구의 고교부지 2곳의 활용 문제와는 무관하며, 해당 학교부지는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향후 20년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천시의 여월지구 내 특목고(외국어고) 유치 변경계획과 관련하여 “택지개발지구내 확보된 학교부지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 설립은 입주민들의 자녀들을 위해 입주시기에 맞춰 개교하는 게 원칙이지만 고등학교의 경우는 해당지역 전체를 놓고 학생 수요 등을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설립시기가 입주시기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여월지구 내에 확보된 2곳의 고교 부지는 일선 학교의 학급수 축소 결정 등 학교 수요에 따라 설립시기 등이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월지구 뿐만 아니라 택지개발지구 내 확보된 고교 부지의 경우 설립시기가 입주 후 3~4년간 소요된 경우도 있다”면서 “저출산으로 인해 앞으로 학교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부천지역의 경우는 학교부지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인 만큼 현 부지를 향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2015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25명까지 줄이는 교육부 정책이 그 이전에 실현될 경우 학교 부지난이 예상되기 때문에 여월지구 내 2곳의 고교 부지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설립 시기가 조정될 것”이라며 “다만, 부천시가 학교부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 시설결정 취소 요청을 해올 경우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가 여월지구 내 특목고 유치의 변경계획과 관련해서는 “부천시로부터 공문을 접수받았으나 현재 검토단계인 관계로 구체적인 답변은 해줄 수 없다”고 밝혀 기존 학교인 정명고로의 특목고 전환의 성사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도교육청의 이같은 입장은 여월택지개발지구 내 2곳의 고교 부지가 이미 분양공고에 포함된 상태에서 분양을 끝마쳐 부천시가 학교부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입주예정자들의 사전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다, 고교 설립시기가 늦춰져 장기간 방치될 경우 또다른 집단민원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월지구 내 특목고 유치계획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상당수 입주예정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관계로 부천시의 유치 철회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상당한 실망과 반발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천시는 지난달 28일 경기도교육청에 ‘특수목적고(외국어고) 유치관련 변경계획’을 제출했다.

시는 이 공문에서 “ 당초 여월택지개발지구 내 오정구 작동 230의 4일원 일반고교(부천남고) 부지 1만1천582㎡(3천500여평)에 특목고를 신규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지하철 7호선 건설에 따른 시의 재정상황과 국비 등 외부재원 확보가 어렵고 유치신청 부지가 도교육청의 최소 필요면적(1만5천400㎡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해 관내 사립고인 정명고에서 특목고 전환 의사를 강력히 희망에 따라 여월지구 내 특목고 신규 유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시는 기존 정명고의 특목고 전환에 대해 “예산 부담이 적고 조기 개교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는 특목고를 여월지구 내에 신규 유치할 경우 부지매입비와 건축비 등 440억원을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재원 확보가 어려운 반면, 기존 정명고로 전환하게 되면 특목고 필요시설인 기숙사와 시설개선 등을 위해 132억원 정도가 소요되고 현금 및 유동자산 24억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정명고를 특목고로 전환을 추진할 경우 인근 지역 고교 진학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에 따른 불편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집단민원과 재직교사 임용문제로 인한 교사들의 반발과 특정 사학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월말부터 한달간 도내 일선 시군을 대상으로 특수목적고 유치 신청을 받은 결과, 부천시(외국어고)를 비롯해 구리·오산·시흥·이천시 등 5개 지자체가 외국어고를, 수원시와 양주군이 예술고를, 화성시가 국제고를 각각 특목고 유치신청서를 제출받아 현재 이들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단체장의 학교설립 의지 및 부지 적정성, 지자체의 설립예산 확보 가능성 등과 현장 실사를 통해 우선 순위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특목고 유치 신청을 한 지자체를 상대로 현장 실사를 끝내고 최종 검토중에 있지만, 부천시는 자진 철회한 관계로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특목고 신규 유치는 기존 사립고를 특목고로 전환하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별개의 사안으로 사학재단이 주체가 돼 추진하여 교육청에서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혀 특목고 유치 관련 부천시와 너무 큰 견해차를 보였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부천시가 한때 오는 2011년 전국체전 주 개최지 도시 유치신청을 했다가 자진 철회(포기)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천시는 최근 지하철 7호선 연장건설로 인한 예산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부천시의 미래를 담보할 각종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