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作 ‘행복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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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는 인류가 직립하는 자세에서 기원된 것으로, 의자의 전신은 산이나 들에 놓여 있는 쓰러진 나무 토막이나 돌 등 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오래 전부터 입식생활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생활방식에 따라 여러 양식의 의자들이 발전돼 왔지만, 우리나라는 방바닥이나 마루에 앉는 좌식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의자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인 면모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개화기 이후 입식문화로 전환이 되면서 우리의 주변에 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현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의자는 사람이 앉거나 몸을 기대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사람이 의자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일을 더 편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활동하기에는 능률적인 것이 좋고, 쉴 때에는 안락한 것이 좋습니다. 이 때문에 의자는 능률과 안락의 기능을 지닌 도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의자는 사용 성격의 의미에 따라 권력의 핵심이 될 수도 있고, 상사와 직장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애잔함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사물 중에서 인생의 기쁨과 고통, 탐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꼽으라면 의자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속의 의자는 서민과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넋두리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도구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의자에 앉은 손님과 ‘심야식당’의 주인 고바야시 카오루가 서 있는 모습을 통해 말하고 듣고 전달하는 사람의 관계를 절묘한 구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자가 가진 안식과 내려놓음의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의자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체계를 내포하며 그 뜻을 확대 재생산하는 중요한 기제(機制)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사람은 한평생 수많은 의자에 앉습니다. 학창시절 교실에서 만나던 나무 의자, 사랑하는 이와 얼굴을 맞대던 식탁 의자, 공원에서 마음을 쉬어가던 벤치는 티끌에 불과합니다. 직장생활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의자와 만나고 헤어졌던지….
문득 ‘의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의자, 때로는 사람을 기다리고, 또 사람을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반드시 있는 의자, 책상은 없어도 의자는 필요한 곳이 더 많은데, 사물로 크게 돋보이지 않으면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의자는 따뜻한 어머니 품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갑니다. 특히 일에 빠져 있는 이들이 많은데, 저를 포함해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내어주고 싶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이기도 하고, 이웃들에게 주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를 띄었든 의자는 안정·편안함·휴식의 존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속 의자는 육체적 휴식 뿐 아니라 정신적 쉼의 상징입니다.
의자에 앉아 누구나 자신만의 가장 단순한 순간을 음미하고, 긴장을 늦출 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행복한 의자는 곧 어둠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희망의 존재이자 이상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14년,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행복한 의자에 앉아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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