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이사장 박명호)의 4.6 정기인사에 불만을 갖고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이모(45ㆍ일반직 5급) 씨가 어제(16일) 오후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이씨가 자살을 시도하려 했던 배경과 당시 상황 등을 소상히 적은 글에는 시설관리공단의 잦은 근무지 변경과 징계로 인한 승진 누락에 따른 스트레스와 더불어 일부 직원들의 무분별한 언행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씨가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쓴 유서조차도 없애버리려 했는가 하면, 병원측의 얘기조차 듣지 않은 채 특정 지역언론에 보도된 자살쇼(?)로 인정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인 이씨는 16일 오후 부인을 통해 부천시장실에 자신이 쓴 글을 전달하고 “저를 죽음으로 유도한 간부들과 자살쇼로 몰고 가려는 이사장과 징계를 통한 보복인사 등 모든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 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김만수 시장에게 전달한 글을 통해 “4월6일 오전 7시30분께 부천체육관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 자살을 기도했으나 죽지 못했고, 건강상태가 점차 회복되면서 그간의 사정을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며 자살 전후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적었다.

이씨는 우선, “3월29~30일께 오후 부천체육관에 근무하는 이모 동료직원(4.6 인사에서 부천체육관팀장 승진)이 조경관리용 수목 병충해 방재를 위해 갖다 놓은 제초제를 지하 1층 중앙제어실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서 자신을 쳐다보며 ‘일도 잘 못하고 사고나 치고, 이거나 먹고 죽어라’고 했다”는 말로 얘기를 꺼냈다.

이어, “인사발령 전날인 4월5일 오전 11시께 ‘(공단)이사장이 가보라고 해서 왔다’며 총무부장과 총무팀장이 부천체육관에 와서 총무부장이 총무팀장, 부천체육관 팀장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제발! 문제 일으키지 말고 똑바로 잘 좀 하라!’는 말과 함께 비웃으며 돌아갔다”고 했다.

그는 “그말을 듣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도대체 날 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생각을 거듭하면서 고민하던 중, 4월6일 인사발령으로 부천체육관에서 종합운동장으로 전보됐고, 부천체육관으로 발령받은 지 몇개월이나 됐다고 또다시 옮기는 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살하기까지의 복잡한 심경도 자세히 털어 놓았다.

“4월5일 오후 6시께 퇴근한 후에도 총무부장의 말이 자꾸 떠올라서 가슴이 답답하고 도저히 자신을 추수릴 수조차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돼 자살을 결심하고 오후 11시께 근무지인 부천체육관으로 출근했으나 만감이 교차해 다시 집으로 퇴근했다”고 한다.

하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인사를 한 뒤 4월6일 오전 1시30분께 다시 부천체육관으로 출근했으나 K총무부장이 한 말이 자꾸 생각나면서 L모직원의 책상 위에 있던 제초제를 꺼내 자살하기로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를 켜서 부천시장, 노동부, 행정안전부, 국민신문고 등을 수신자로 하는 5페이지 분량의 유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오전 7시30분께 제초제 250미리 1병을 마셨고, 속이 타들어가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엄습해 지하 계단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했다.

“컴퓨터에 유서로 남긴 내용… 삭제했다”

이씨는 이같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의 정황을 상세히 전한 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제가 컴퓨터에 유서로 남긴 내용을 누구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천체육관 직원이 삭제했다”고 또다른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는 또 “4월6일 병원에 실려올 때 구급차에 동승한 P직원은 저의 휴대폰에 수신된 집사람의 휴대폰 메시지를 열람해 타 직원한테 알려주고 또다른 직원은 다른 사람한테 알려 주어서 일부 지역신문에는 자살쇼를 하는 것처럼 보도됐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휴대폰 메시지 내용은) 오전 7시20분께 청소원이 제어실을 청소하려고 해서 제초제를 들고 있어서 계단쪽으로 자리를 피했다가, 청소원이 청소를 마치고 보이지 않자 제초제를 마시고 속이 타들어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소리를 지른 것인데, 제가 청소원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한 후 쓰러졌다고 엉뚱하게 소문이 나면서 자살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씨가 자살쇼(?)를 한 것으로 특정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직원들이 말을 잘못 옮기면서 비롯됐고, 특정 언론은 최소한 병원 관계자에게 조차도 진위 여부를 묻지 않고 자살쇼(?)로 몰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및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4월8일 오전 박명호 이사장은 몇몇 인사들에게 ‘이번에 자살을 기도한 직원이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사건 당시 위세척에서 농약 검출물도 나오지 않았고, 병원 응급실에 여러 기자들도 와 있고, 아무래도 자살쇼인 것같다. 복귀하면 조치할 거를 다 강구해 놨다’는 막말을 했다”고 격분했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놓고 장난도 아니고 어찌됐든 공단의 잘못된 인사로 인해 한 생명이 희생될 뻔한 사건임에도 저나 가족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매도하고 자기 합리화만 주장하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특히 “자살하기 전에 써놓은 내용이 담겨 있는 업무수첩(다이어리)을 돌려받기 위해 4월11일 오후 부인과 작은 아버지가 부천체육관을 방문해 L팀장에게 받았으나, 중간에 누군가 찢어 놓은 흔적이 있고 중간에 비어 있는 날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자살 직전 써놓은 내용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찢어져 나간 업무수첩에 대해 부천체육관을 찾아간 부인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하자, L팀장은 '내가 찢었는데 갖고 있다‘고 했으며, 그날 오후 6시께 L팀장으로부터 업무수첩에서 찢은 것을 되돌려 받았지만 ‘없어진 부분이 4일(2장)이나 된다‘고 하자, L팀장은 ‘그게 전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러나 “업무수첩에 적어 놓은 것을 한글 파일로 모두 작성해 먼저 사촌형에게 유서로 보내 놨기 때문에 없어진 부분이 누구에 관한 것인지 알 수가 있었는데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에게 가해지는 계속되는 승진 누락과 잦은 근무지 변경, 팀장 직위박탈, 그리고 조그만 잘못이라도 포착되기만 하면 기어코 감사로 연계시켜 갖가지 명목으로 조사해 징계 또는 경고조치를 수차례 주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동료 직원이 ‘제초제를 먹고 죽으라’고 한 행동도 이해가 안가고, 더구나 인사 책임자이며 직원 고충처리 주무 부서장인 총무부장은 부하 직원의 고충은 못들어줄망정 비웃으면서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고 똑바로 하라’는 막말과 모욕적인 폭언을 한 것은 물론, 이사장은 병원 관계자의 말도 들어 보지 않고 일부 직원들의 말만 믿고 ‘자살쇼를 한다느니, 복귀하면 오히려 징계를 주겠다’고 겁주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런 사태를 그냥 덮는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무고한 직원들의 학살은 합법화되고 억울한 상처만 남게 된다”면서 “어물쩍 넘어가면 공단의 인사 비리와 보복인사는 반복될 것이 분명하며 이를 청산하지 않고는 공단의 개혁은 요원할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밝혀줄 것을 호소했다.

김만수 시장은 이같은 이씨가 쓴 글을 접한 뒤 시 감사실에 정확한 사실을 밝히도록 감사를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음독 자살을 기도한 이씨가 쓴 글로, 16일 오후 부인을 통해 부천시장실에 전달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