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원미경찰서는 23일 혼자 있는 술집 여주인을 흉기로 위협, 결박하고 마구 때린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정모(32) 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7일 오후 6시40분께 부천 원미구 소재 모 주점에서 주인 김모(여·32) 씨를 흉기로 위협해 화장실로 데려가 몸을 묶은 뒤 마구 때리고 현금 160만원과 스마트폰, 체크카드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강도상해 등 전과 15범인 정씨는 영화를 보고 범행수법을 익혀 화장실에서 폭행할 때 바닥에 물을 뿌려 신발의 족적을 감추었고, 신고를 못하도록 스마트폰과 신분증까지 빼앗으며, 범행 전에 점퍼 2벌을 겹쳐 입은 뒤 범행 후에는 외피와 내피 점퍼를 서로 바꿔 입는 수법으로 인상 착의를 바꾸었고, 서울 구로구의 자택까지 택시와 버스 등을 바꿔 타면서 도주해 목격자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등 사잔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특히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5일 말쑥한 표정으로 “지갑을 잃어버려 차비가 없으니 좀 빌려 달라”며 부천의 여러 업소를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했으며, 피해자 김씨가 정씨의 반듯한 외모에 의심없이 돈 1만원을 지갑에서 꺼내 건네주자 돈이 두둑한 지갑을 보고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화장실에서 김씨를 마구 폭행하면서 “딸이 백혈병에 걸려 수술비 1천만원이 필요하다”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거짓말까지 했으며, 장작 빼앗은 돈은 옷과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지난해 4월에도 이같은 수법으로 서울의 모 식당에서 많은 돈이 든 여주인의 지갑을 훔쳐 절도죄로 벌금 수배가 걸려 있는 상태였고, ‘차비를 빌려주는’ 사람의 동정심을 미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한데다, 영화의 장면을 범행에 이용하는 등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웠던 점으로 미뤄볼 때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