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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칼럼] ‘책가도(冊架圖)’
시렁 위에 책과 물건 올려놓고 그린 그림
장수·다산·부귀·출세 상징하는 소재들 그려
우리 선조들의 책과 독서의 소중함 말해줘 
더부천 기사입력 2014-10-10 14:45 l 부천의 참언론- The부천 storm@thebucheon.com 조회 8559


▲김혜경作 ‘책가도(冊架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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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冊架圖)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그림의 한 종류입니다. 책가도는 산수나 바위, 꽃 등을 먹의 농담을 이용해 담백하게 표현하던 동양화의 느낌보다는 서양의 정물화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그림입니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로 채색된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중국 북경을 통해 전해진 서양의 투시도법과 원근법이 그림에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책가도에는 당시 조선의 상류층에서 유행하던 북경식 도자기와 시계, 안경 등 수입물도 다양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책가도하면 많은 사람들이 민화의 한 종류로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현존하는 책거리 그림들이 민간에서 무명 화가들의 손으로 그려져서 일반 가정의 공부방, 사랑방에 걸어두던 그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책거리는 공부하는 서생이 있는 집이라면 책과 함께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책거리를 처음 고안하고 주문한 사람은 정조였습니다.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완성했던 정조는 학자들과 겨뤄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학식과 학구열을 가졌고 정약용과 김홍도를 총애하며 그들의 재능과 역량을 키운 왕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조가 책거리 그림을 화가들에게 주문한 것은 왕이 된 뒤에 정사를 돌보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조는 ‘자비대령화원’이란 제도를 만들어 화원들을 규장각에 두도록 했고, 화원들에게 ‘책가’와 ‘책거리’란 주제를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규장각 각신들과 함께 화원들을 뽑은 뒤 화원들은 이곳에서 재교육을 받기도 하고 왕의 명령을 받아 그림을 그리거나 궁중에서 필요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정조는 화원들이 정성껏 그려낸 책거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자신의 어좌 뒤에 세워 놓고 책과 독서에 대한 갈증을 풀었으며, 조선 왕의 상징으로 어좌 뒤에 놓이던 ‘일월오봉도’ 대신 책거리 그림이 놓이자 신하들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정조는 그들 앞에서 흐뭇해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그리고 책거리는 ‘책가도’라고도 불립니다. 책가(冊架)란 책을 놓는 시렁을 말합니다. 책거리의 종류를 구분할 때 특히 시렁 위에 책과 물건을 올려놓고 그린 그림을 책가도라 부릅니다.

시렁 없이 서안이나 방바닥 위에 책과 문방사우 등 물건들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자연물과 함께 넣어 그린 그림은 책거리라고 부르고, 시렁이 들어간 그림도 책거리라고 부르기 때문에 책거리가 책가도보다 더 넓은 범위를 표현하는 명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궁궐 안에서 쓰일 용도로 만들어지던 책거리는 점차 궐 밖의 상류층 양반과 중인, 서민들에게로 퍼져나갔고, 책거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8폭 병풍 등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지던 책거리는 서민들의 주거 공간에 맞게 작은 병풍 크기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여러 단의 시렁 위에 올려 놓던 기물들도 서안 위에 쌓아 놓는 형식으로 바뀌는 등 내용도 소박해졌습니다.

민간의 이름 없는 화가들이 그린 책거리에는 왕실의 상징인 용이나 봉황 등은 없지만 장수와 다산을 상징하는 자연물과 부귀와 출세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어 과거에 급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세의 길이었던 조선시대에 책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이 담긴 민화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책거리에는 책과 선비들이 항상 가까이 두고 벗처럼 아꼈다는 ‘문방사우(文房四友·붓, 먹, 벼루, 종이)’가 들어가 있는 것은 조선시대에는 현대처럼 인쇄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책이 귀했습니다. 선비들은 좋은 책을 돌려 보며 직접 필사하는 일이 일상이었고, 필사를 하는 과정이 곧 독서이기도 했기 때문에 ‘문방사우’는 조선의 선비들에게 글쓰기의 도구이기도 하면서 독서의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책가도’를 통해 책과 독서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오늘날 우리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책을 멀리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집에 책가도 하나 정도 걸어 놓은 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마음의 양식을 쌓는것은 어떨까요?.

◇김혜경= The부천에 <민화(民畵) 칼럼>을 연재하는 김혜경 작가는 부천시 소사구 송내1동 소재 삼성약국 대표 약사로 ‘부천의 약(藥)손, 행복 약사’로 29년간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제5대 부천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돼 행정복지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낸데 이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인 부천시 바선거구(심곡본동·심곡본1동·송내1동·송내2동)로 출마해 재선에 당선돼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후반기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혔으나 민화(民畵) 보급을 위한 재단 및 박물관 설립과 가톨릭대학교 행정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문화정책 관련 박사학위 논문 준비 등 개인적인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3선 도전을 접었다.

대구여고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학과와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천시 약사회 여약사 회장·부천고 학부모회 총회장·부천시 약사회 총회 부의장·경기도 약사회 보건정책단장·부천시 체육회 운영위원·(사)한국청소년지도자연맹 경기도협회 부회장·(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 후원회 부의장·민주평화통일 부천시협의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거나 활동중이며, 부천전통민화협회 회장을 맡아 이르면 내년쯤 민화 보급을 위한 재단 및 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메일(9880kim@hanmail.net).

◇민화(民畵)= 조선시대의 민예적(民藝的)인 그림으로,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를 말하며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했다.

민화는 장식 장소와 용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하는데 이를 화목(畵目)별로 분류하면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어해도(魚蟹圖)·작호도(鵲虎圖)·십장생도(十長生圖)·산수도(山水圖)·풍속도(風俗圖)·고사도(故事圖)·문자도(文字圖)·책가도(冊架圖)·무속도(巫俗圖) 등이 있다.
다양한 유형으로 이루어진 민화는 생활형식의 오랜 역사와 밀착돼 내용이나 발상 등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해 있고,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으로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어 연구자에 따라서는 민화를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가시적(可視的)으로 표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족화로 보기도 할 정도로, 민화(民畵)는 민중들의 추구하고자 하는 희망과 생각을 그대로 반영해 우리 민족에게 뛰어난 상상력 및 창의력과 남다른 유머 감각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民畵)에는 순수함·소박함·단순함·솔직함·직접성·무명성·대중성·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비창조성·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의 특성이 잘 나타나 기복(祈福)·사랑·익살 그리고 변화와 균형, 대비와 조화 등을 표현해내는 멋스러움 등이 담겨져 있다.

이같은 민화(民畵)에 대한 관심이 요즘에는 크게 줄어들어 전통과 명맥을 이어나가는 일이야말로 점차 사라져가는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민화(民畵)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선보이는 노력 역시 꾸준히 이어져야만 우리의 생활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대중적인 실용화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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