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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칼럼] ‘담배 피우는 호랑이’
‘효행·상하귀천 없는 평등사회 염원’ 상징 
더부천 기사입력 2014-10-17 11:59 l 부천의 참언론- The부천 storm@thebucheon.com 조회 11754


▲김혜경作 ‘담배 피우는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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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호랑이는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포악한 맹수로 퇴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작은 동물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우둔한 동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편에 서서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주재자로 군림하기도 하고, 사람이 호랑이의 어려운 처지를 도왔기 때문에 은혜를 갚거나, 사람의 행위에 감동되어 스스로 인간을 돕는 구원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호랑이 담배 피는 이야기’처럼 효행의 상징으로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호랑이는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 동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조선 후기 민화에서 ‘담배를 피우는 호랑이’ 그림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머리맡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항상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그린 민화는 인간이 호랑이로 변신한 경우인데, 이것은 효자의 효행과 관련돼 있다고 합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게 된 내력은 이렇습니다.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사는 효자가 있었습니다. 아내를 얻자 어머니가 병이 들었고, 효자는 어머니의 병이 낫도록 치성을 드렸는데, 어떤 할머니가 와서 개 100마리를 잡아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하면서 개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호랑이로 변신했다가 다시 사람을 되돌아 오게 하는 방법이 적힌 부적을 주고 갔다고 합니다.

효자가 100번째 개를 잡으러 나가기 위하여 호랑이로 변신하는 것을 본 아내는 너무나 무서워서 그 부적을 없애 버렸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로 변한 효자는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 올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호랑이는 산 속에서 살다가 벼슬아치가 되어 호랑이를 잡으러 나온 어릴 적 친구를 만나 자신의 신세를 말하고 친구로부터 담배를 얻어 피웠다고 합니다. 이것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게 된 내력이라고 합니다.

한편,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민화에 담긴 또다른 의미는 신분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대로 담배를 피웠던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담배가 전래된 초기인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까지는 누구나 담배를 자유스럽게 피웠으며, 심지어는 왕 앞에서도 신하들이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야사에 “조정에서 신하들이 국사를 논의하다가 의논이 막히면 담배만 자꾸 태우게 되는데, 연기라는 것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높은 자리에 앉은 임금님에게로 자꾸 가게 되니, 그것을 참다 못한 임금님이 높은 분이 있는 데에서는 담배를 삼가라고 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전해집니다.

초기에는 평민들도 양반과 똑같이 담배를 피웠고, 맞담배질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분간의 차별이 큰 조선시대에서 담배를 같이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은 평민들에게 큰 위안을 주는 행위였습니다.

조선 전기의 사회에는 평민들이 성리학적 조선 왕조의 사회가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양반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었지만, 조선 후기의 사회에는 평민들이 점차 조선 왕조의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고, 사회·경제·사상적으로 조선 왕조의 중세적인 사회체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평민들은 자신들이 고생을 하고 불평등한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 갔습니다. 그리하여 평민과 평민의 입장을 이해하는 지식인들은 소설 등의 문학, 풍속화 등의 그림, 판소리 등의 여러 형식으로 당시의 불평등한 사회상을 비판하면서 이상적인 사회상을 그리워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민화’가 출현하기 시작하였고 그 속에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시절, 즉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담배를 피웠던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워하는 속내가 담겨겨 있는 것입니다.

◇김혜경 더부천(The부천)에 <민화(民畵) 칼럼>을 연재하는 김혜경 작가는 부천시 소사구 송내1동 소재 삼성약국 대표 약사로 ‘부천의 약(藥)손, 행복 약사’로 29년간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제5대 부천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돼 행정복지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낸데 이어,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인 부천시 바선거구(심곡본동·심곡본1동·송내1동·송내2동)로 출마해 재선에 당선돼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후반기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혔으나 민화(民畵) 보급을 위한 재단 및 박물관 설립과 가톨릭대학교 행정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문화정책 관련 박사학위 논문 준비 등 개인적인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3선 도전을 접었다.

대구여고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학과와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천시 약사회 여약사 회장·부천고 학부모회 총회장·부천시 약사회 총회 부의장·경기도 약사회 보건정책단장·부천시 체육회 운영위원·(사)한국청소년지도자연맹 경기도협회 부회장·(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 후원회 부의장·민주평화통일 부천시협의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거나 활동중이며, 부천전통민화협회 회장을 맡아 이르면 내년쯤 민화 보급을 위한 재단 및 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메일(9880kim@hanmail.net).

◇민화(民畵) 조선시대의 민예적(民藝的)인 그림으로,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를 말하며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했다.

민화는 장식 장소와 용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하는데 이를 화목(畵目)별로 분류하면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어해도(魚蟹圖)·작호도(鵲虎圖)·십장생도(十長生圖)·산수도(山水圖)·풍속도(風俗圖)·고사도(故事圖)·문자도(文字圖)·책가도(冊架圖)·무속도(巫俗圖) 등이 있다.
다양한 유형으로 이루어진 민화는 생활형식의 오랜 역사와 밀착돼 내용이나 발상 등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해 있고,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으로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어 연구자에 따라서는 민화를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가시적(可視的)으로 표현된 진정한 의미의 민족화로 보기도 할 정도로, 민화(民畵)는 민중들의 추구하고자 하는 희망과 생각을 그대로 반영해 우리 민족에게 뛰어난 상상력 및 창의력과 남다른 유머 감각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民畵)에는 순수함·소박함·단순함·솔직함·직접성·무명성·대중성·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비창조성·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의 특성이 잘 나타나 기복(祈福)·사랑·익살 그리고 변화와 균형, 대비와 조화 등을 표현해내는 멋스러움 등이 담겨져 있다.

이같은 민화(民畵)에 대한 관심이 요즘에는 크게 줄어들어 전통과 명맥을 이어나가는 일이야말로 점차 사라져가는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민화(民畵)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선보이는 노력 역시 꾸준히 이어져야만 우리의 생활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대중적인 실용화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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